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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6

또 신고 독후감 한 편으로 도대체 몇 번의 신고를 당했는지 모르겠다. 신고 주체는 지난번과 같은 주식회사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잊힐 권리'를 근거로 해서 신고 주체를 대리하여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지속적인 신고로 결국 게시물 차단을 유도하는 업체인데, 특정 범죄의 피해자 등이 사건과 관련된 기억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을 때 같은 경우에는 인권을 구제하는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처럼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해 피해가 있다고 여겨진다면 단지 이름이 언급되었거나 혹은 건조한 문학 비평에 지나지 않는데도 신고를 일삼는 데에는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지난번까지는 독후감 게시물 자체가 신고의 대상이었고 신고 주체도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의 대리인인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였던 것.. 더보기
팟캐스트는 순항 중 막 시작한 팟캐스트 . 아직까지는 듣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딱히 욕 먹는 일도 없고, 하던대로 그대로 하면 그만이다. 12회차의 녹음을 막 마치고 난 지금, 온라인 상에는 3회 편까지 업로드가 되었다. 4회인 이창동의 편 업로드를 앞두고, 페이스북의 홍보 페이지 운영을 맡고 있는 복탱이가 이번주에 다룰 작품의 제목만이라도 미리 소개하고 싶으니 관련된 이미지를 좀 보내달라 하여, 오랜만에 글씨를 썼다. 종이를 불태우는 할머니의 손을 그려볼까, 하늘로 나풀나풀 올라가는 종이조각을 그려볼까 하다가 영 이미지가 잡히지 않아, 불꽃에 일렁일렁거리는 듯한 심상으로 원래 제목만 그대로 썼다. 큰 종이를 펴고 먹물종지를 씻고 하는 과정이 귀찮아 갱지 재질의 연습장에 굵은 마커로 덧대어 썼는데 게으른 시도 치고는 마음에.. 더보기
팟캐스트 프로그램 '방과후 수업' 런칭 오랫동안 준비해 온 팟캐스트 프로그램 '방과후 수업'이 9월 22일인 이번주 목요일에 런칭된다. 지금은 시범적으로 안드로이드용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 프롤로그격인 0화가 하나 올라가 있다. 애플 팟캐스트는 프로그램 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서 목요일 런칭에 0화와 1화가 함께 올라갈 예정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고 몇 명의 사람이 모인 뒤, 비디오 프로그램은 팀웍과 각자의 역량이 좀 더 쌓인 뒤 도전해 보기로 하고 첫 걸음은 오디오 프로그램으로 가 보자고 결정한 것이 열 달쯤 전의 일이다. 학부 내내 학기마다 한 편씩 연극을 올리면서 여러 사람과 뒤섞여 두어달 연습을 하고 그 중의 누구는 팜플렛을 만들고 그 중의 누구는 무대를 쌓고 하던 그 일들을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 냈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더보기
선운사 중간 과정을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올 여름 내의 런칭을 목적으로 지난 여덟아홉 달 동안 문학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파일럿을 뜨고 있다는 사실은 간헐적으로 언급한 바 있었다. 블로그를 뜸하게 운영하는 것은 일기나 독후감 카테고리에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의문을 가진 채로 진전이 없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실은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연출, 대본, 출연까지 하다 보니 거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충분히 풀어놓고 있는 것이 더 큰 이유라고 하겠다. 이번주에 녹음하는 8회차는 윤대녕의 인데, 대학교 초년생 때 열없는 얼굴로 휘휘 읽었던 것이 마지막 독서이고, 십수 년 만에 다시 읽으면서 보니 서른 여섯인 주인공의 나이와 어느덧 동갑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더 읽히는 것이 있어 즐거웠고, 프로그램의 대본을 .. 더보기
이름을 찾아서 0. 집에서 시작은 단순했다. 다음 달인 8월, 불혹이 넘어간 사촌 형의 첫 일본 여행에 동행하게 된 나는 여행 준비를 하던 중 10년 짜리 내 여권의 만료 기간이 어느덧 가까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색해 보니 만료 6개월 전의 여권은 일반적으로 효력을 갖지 않고, 국가에 따라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여러가지 불편을 겪는다 하였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일본에 마침내 가게 되는 형을 위해 일단은 호기심 등은 제쳐두고 여권 재발급부터 받기로 했다. 군대에서 애면글면 월급 모아 제대하자마자 떠났던 첫 해외여행이 어느덧 십 년이 지났구나, 감회에 젖어 있다가, 앗 참 혹시, 하고 떠오르는 것이. 내 이름 대호의 영문 표기인 'DAIHO'에는 별다른 거부감이 .. 더보기
기념품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온 일본 규슈에는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 사진은 대충 갈무리했지만 현지에서 사상자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즐거운 기록을 남기는 것이 마음에 꺼려져 여행기는 후일로 미룬다. 오늘 쓰는 일기는 여행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창작 활동의 일환이기도 해서 올린다. 짧은 여행인데다가 마땅히 살 것도 없고 해서 이번에는 나를 위한 기념품은 별로 안 사왔다. 다만 여행 중 크게 마음에 들었던 병 음료가 있어 그 뚜껑을 가져왔다. 병 뚜껑에 자석을 접착해서 냉장고에 붙이는 것을 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왼쪽의 병 뚜껑은 유후인 지역에서 파는 '유후인 사이다'의 것이고 오른쪽은 맥주라면 종을 가리지 않고 대체로 안 좋아하는 내 입에도 꽤나 잘 맞았던 '유후인 맥주'의 것.. 더보기
유후인 가기 전날 밤 겨우내 자랐던 덥수룩 머리도 짧게 자르고, 하룻밤 자고 나면 일본 규슈의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으로 여행 간다. 6년째 쓰고 있어 방금 전에 모두 충전했어도 사진 몇 장 찍으면 툭 하고 꺼지는 내 아이폰 4. 일상의 사진이야 안 찍고 넘어가 일기까지 줄었지만 여행을 떠나면서 사진을 안 찍을 수는 없어 이번에는 카메라 들고 간다. 너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나 시큰둥하였는데 전날 밤 여행가방을 꺼내고 옷을 개어 넣고 있자니 신이 났다. 세 번째 일본 여행. 안전하게 잘 다녀 오겠습니다. 더보기
강단에서 3월의 마지막에 쓰는 감상으로는 조금 때늦지만, 새 학기가 시작됐다. 내가 들어가는 방과후수업 강의는 3월 중순이 넘어서나 시작을 한다. 한 반에 4강씩 들어가서 열 반을 다 돌고 나면 한 학기가 끝난다. 같은 강의록을 들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교실에 서 있는데도, 한 해는 과연 지나 이제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구나 하고 첫 번째로 실감이 나는 것은 인사이다. 한 학기나 한 해가 끝나가서 모든 반에 못해도 한 번 씩은 들어간 뒤로는 복도를 걸어가며 인사를 받거나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수업을 열심히 듣던, 그래서 눈에 익은 얼굴들도 종종 있어 수시로 반가운 마음도 든다. 그러던 것이 몇 달 간의 겨울방학이 지나고 나면 출석부를 들고 사복을 입은 아저씨가 지나가니까.. 더보기
기타 올해에는 꼭 갖고 싶었던 물건이 두세 개 정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였던 마틴 백패커 기타를 선물받았다. 기타는 많은 시간이 들더라도 천천히 연습하여 남은 생의 주요한 취미 중 하나로 삼으려는 악기이다. 평범한 모양의 기타보다는 훨씬 작지만 우쿨렐레를 잡던 손에는 몸체도 지판도 널찍널찍하여서 버거운 재미가 있다. 좀처럼 틈이 나지 않아 기본 코드조차 연습할 시간이 없지만 일을 끝내고 의자에 축 처져 있다가 손을 뻗어 현을 몇 개 튕겨 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 나고 즐겁다. 고맙습니다. 더보기
'틈'이 없다. 틈이란 사이의 시간이다. 더 딱딱하게 정리하자면 목적이 정해진 시간 사이의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요즘에는 하다 못해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때려부술 뿐인 게임을 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지친 머리를 쉬게 하기 위해서이다. 뜨개질로 모자를 뜨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느지막히 결혼을 하여 첫 아이를 갖게 된 친구에게 신생아용 모자를 선물하기 위함이다. 회사원들보다 훨씬 넉넉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문득 앉아 계산해 보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등을 정리하고 났을 때 목적이 없는 시간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이것은 물리적인 진실이다. 그러니까 혼자 편안하게 잡상을 즐기고 그것을 갈무리해 일기장에 글로 남길 여유 또한 별로 없다. 요새.. 더보기
160214, <방과후 수업> 제 3회 녹음 내가 요새 가장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가칭 이라는 팟캐스트의 준비이다. 정확한 런칭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는지 등등은 또 한 차례 정리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고. 오늘은 3회 녹음 날 음악감독 '맥주후요정'이 좋은 카메라를 가져와 현장 분위기를 잘 담아 주었기에 일기에 몇 장 올려둔다. 3회차 녹음에서 가장 큰 변화라면 지금까지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스튜디오에서 행해오던 녹음을, 홈레코딩 시스템을 구입하여 중곡동의 내 집에서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녹음 전날, 팟캐스트의 기술 감독을 맡고 있는 신각이와 함께 낙원 상가에 갔다. 여러 기능을 가진 믹서.. 더보기
같이 삽시다 중곡동의 유명한 중국요리 맛집. 교실 두 개쯤의 크기에다 주방 쪽에는 수 명의 배달 아저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너무 추워 주방에서 요리도 하기 싫던 어떤 날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가, 직접 방문해서 먹으면 천 원을 깎아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갖출 것은 다 갖춘 요리인데 천 원이 싸다니, 게다가 먹으러 왔다갔다 하면 소화도 잘 되고. 그 뒤로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짬뽕을 먹으러 종종 들르게 됐는데. 설 연휴 중의 하루. 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 방송을 듣는 내 귓전에 우렁우렁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본 것은 다만 시끄러워서만이 아니라 내가 들은 소리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넓은 홀에 나처럼 혼자 짬뽕을 먹는 이가 둘 있었고 한가운데에 육십 줄로 .. 더보기
뜨개질하는 노인 연말 쯤부터 시작된 뜨개질은 틈이 나거나 머리가 아플 때에 계속된다. 뜨개질 하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왕년에 뜨개질 좀 했다 하는 이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스웨터나 후드티와 같이 대단히 어려운 옷까지 짠 이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목도리 뜨기에 다시금 재미를 붙였다는 나에게 선배들이 해 준 이야기는, 취미나 소일거리라면 그 쯤에서 멈추어라, 그 이상은 뜨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였다. 괜한 고생 말고 사서 편하게 쓰라는 말이겠지만. 아끼던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 뒤로 영 마음이 시렸다. 거기에 혹한이 겹치고 자전거 출근이 겹치니 장갑이 없이는 못 견딜 지경이 된 것이다. 손가락 장갑 말고 벙어리 장갑 정도라면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라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겠지.. 더보기
교통사고 유년기 이후 내 자전거를 스스로 사서 다시 탄 지는 3년 쯤이 되어 간다. 미숙한 운동 신경 탓에 아무 것도 없는데 넘어지거나 뜬금 없이 방향을 틀어 옆의 전봇대 등을 박는 것 따위를 제외하고 타인의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자동차는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튀어나와 좌회전을 하려 했다. 나는 대로변 측의 인도에서 달려오다가 자동차의 지나치게 빠른 속도를 보고 급작스레 방향을 피하였으나 자동차는 그런 나를 보지도 않고 그대로 내 자전거의 뒤를 박고 6차선 도로 쪽으로 한참을 밀어부쳤다. 받히는 순간 차 쪽을 바라보니 운전자는 아래쪽을 보다가 접촉의 순간에야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내리면서도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가 와서, 등의 말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의 뒷바퀴와,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 더보기
쇠귀 신영복 (1941-2016) 신영복 선생이 돌아가셨다. 2016년 1월 15일의 일이다. 선생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968년에 수감되어 1988년에 출소하였다. 이십 대 후반에 수감되어 긴 세월을 보내면서 좌절과 분노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동양철학에의 사유를 깊게 이룬 한편 재소자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서예 교육에 열성을 보여 한글 글씨체의 일가를 이루기도 했다. 본디는 경제학과 출신이나 생애의 말기에는 몸담고 있는 성공회대의 수업에서는 물론 여러 사회 강연을 통해 생명과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강의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수감되던 68년에는 둘째치고 선생이 출소하던 88년에도 나는 여즉 천둥벌거숭이라 선생의 이름도 몰랐다. 대학에 들어간 뒤로도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 아는 정도에 그쳤다. 선생의 말씀을 직접 읽게 된 .. 더보기
1월 첫째주 근황 집 근처의 시장에서 광어와 연어 회를 사다가 먹어봤다. 인천 사람이지만 나는 사실 회 맛을 잘 모른다. 가끔 먹으면 낯선 식감과 익숙한 초장 맛에 맛있나 보다 하고 쩝쩝 먹는 편이다. 이 날도 맛이 있었다. 일하는 곳은 대개 집에서 오 킬로미터 내에 있다. 몇 정거장 되지도 않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한 일이고, 또 이렇게라도 운동 한 번은 해야지 싶어 삭풍이 부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고 댕긴다. 요새 들어 1차로는 자전거와 차량이 함께 통행하는 차선이라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눈에 띄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경적 소리 얻어 먹는 찬밥 신세이긴 하다. 하기사 내가 운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도 위태로운 마음에 상냥한 경고 삼아서라도 작은 경적 소리 한 번은 낼 것 같다. 여기 자동차가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