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6'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6.10.31 또 신고
  2. 2016.10.10 팟캐스트는 순항 중
  3. 2016.09.19 팟캐스트 프로그램 '방과후 수업' 런칭
  4. 2016.07.12 선운사 (1)
  5. 2016.07.04 이름을 찾아서 (3)
일기장/20162016.10.31 18:24

 

<서초교회 잔혹사> 독후감 한 편으로 도대체 몇 번의 신고를 당했는지 모르겠다. 신고 주체는 지난번과 같은 주식회사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잊힐 권리'를 근거로 해서 신고 주체를 대리하여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지속적인 신고로 결국 게시물 차단을 유도하는 업체인데, 특정 범죄의 피해자 등이 사건과 관련된 기억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을 때 같은 경우에는 인권을 구제하는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처럼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해 피해가 있다고 여겨진다면 단지 이름이 언급되었거나 혹은 건조한 문학 비평에 지나지 않는데도 신고를 일삼는 데에는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지난번까지는 독후감 게시물 자체가 신고의 대상이었고 신고 주체도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의 대리인인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 신고된 두 건의 게시물은 위 문단에 적은 내용과 이후의 진행 상황을 적었던 일기글이며 신고 주체가 다른 이의 대리인이 아닌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인 것으로 봐서 그냥 자기 회사를 위해 신고를 한 것일 수도 있다.

 

일기에 몇 번째나 쓰고 있지만, 티스토리의 게시물이 신고를 당하면 피신고자는 복원을 원할 경우 30일 내에 복원 요청 소명서를 내야 한다. 복원될 때까지 피신고 게시물은 작성자 본인조차도 열람할 수 없다. 복원 요청이 접수된 뒤, 다시 30일이 지나기 전 신고 주체가 재차 신고를 하면 그 건은 방통위로 넘어가 심사를 받게 된다. 30일이 지나도록 신고 주체가 응답을 하지 않으면 해당 게시물은 30일이 지난 뒤 자동으로 복원된다. 이런 한심한 노릇을 몇 차례나 거듭하다 보면 몹시 귀찮고 진이 빠지는데, 그렇게 해서 그깟 게시물 하나 지우고 말지 뭐,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마도 주된 목적일 것이다. 돈 있으면 별 일이 다 되는구나, 하고 혀를 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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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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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62016.10.10 14:52

 

 

 

막 시작한 팟캐스트 <방과후 수업>. 아직까지는 듣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딱히 욕 먹는 일도 없고, 하던대로 그대로 하면 그만이다. 12회차의 녹음을 막 마치고 난 지금, 온라인 상에는 3회 <열광금지, 에바로드> 편까지 업로드가 되었다. 4회인 이창동의 <소지> 편 업로드를 앞두고, 페이스북의 홍보 페이지 운영을 맡고 있는 복탱이가 이번주에 다룰 작품의 제목만이라도 미리 소개하고 싶으니 관련된 이미지를 좀 보내달라 하여, 오랜만에 글씨를 썼다. 종이를 불태우는 할머니의 손을 그려볼까, 하늘로 나풀나풀 올라가는 종이조각을 그려볼까 하다가 영 이미지가 잡히지 않아, 불꽃에 일렁일렁거리는 듯한 심상으로 원래 제목만 그대로 썼다. 큰 종이를 펴고 먹물종지를 씻고 하는 과정이 귀찮아 갱지 재질의 연습장에 굵은 마커로 덧대어 썼는데 게으른 시도 치고는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와서 일기에도 올려둔다. 전서체로 시도한 것도 그럭저럭 좋은 것 같아 말미에 한 장 더 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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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62016.09.19 22:31

 

 

 

오랫동안 준비해 온 팟캐스트 프로그램 '방과후 수업'이 9월 22일인 이번주 목요일에 런칭된다. 지금은 시범적으로 안드로이드용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 프롤로그격인 0화가 하나 올라가 있다. 애플 팟캐스트는 프로그램 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서 목요일 런칭에 0화와 1화가 함께 올라갈 예정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고 몇 명의 사람이 모인 뒤, 비디오 프로그램은 팀웍과 각자의 역량이 좀 더 쌓인 뒤 도전해 보기로 하고 첫 걸음은 오디오 프로그램으로 가 보자고 결정한 것이 열 달쯤 전의 일이다. 학부 내내 학기마다 한 편씩 연극을 올리면서 여러 사람과 뒤섞여 두어달 연습을 하고 그 중의 누구는 팜플렛을 만들고 그 중의 누구는 무대를 쌓고 하던 그 일들을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 냈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난관이 많았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팀 내에서의 의견 충돌 뿐 아니라, 로고 제작과 선정, 사용되는 음악과 음향의 저작권, 게스트 섭외 등등에 이르기까지 해결책은 없는데 골머리만 앓다가 밤이 새곤 하는 일이 사방에 있었다. 그나마도 런칭 직전인 이 시점까지 완전히 흡족하게 해결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언제나와 같이 결과물은 성에 차지 않는데, 거기에다 어릴 때에 비해 시간과 기회는 줄어들었고 대처할 수 없는 위기의 수는 늘어났다. 지금 나는 12회차 녹음을 준비하고 있는데, 고작 여남은 번의 녹음  동안 프로그램 구성이나 타게팅 청취자와 같은 중요한 설정조차 몇 차례 바뀌었는지 모른다. 런칭 후에도 멤버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멤버 교체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거센 악플이나 오랜 무관심 등에 지쳐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도, 창대한 의도나 찰나의 성과보다는 조용한 꾸준함이 일이 되게 하는 데에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걸 마음에 거듭 새겨가면서, 되도록 오랫동안 노력해 보려고 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이렇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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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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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62016.07.12 01:47

 

중간 과정을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올 여름 내의 런칭을 목적으로 지난 여덟아홉 달 동안 문학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파일럿을 뜨고 있다는 사실은 간헐적으로 언급한 바 있었다. 블로그를 뜸하게 운영하는 것은 일기나 독후감 카테고리에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의문을 가진 채로 진전이 없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실은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연출, 대본, 출연까지 하다 보니 거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충분히 풀어놓고 있는 것이 더 큰 이유라고 하겠다.

 

이번주에 녹음하는 8회차는 윤대녕의 <상춘곡>인데, 대학교 초년생 때 열없는 얼굴로 휘휘 읽었던 것이 마지막 독서이고, 십수 년 만에 다시 읽으면서 보니 서른 여섯인 주인공의 나이와 어느덧 동갑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더 읽히는 것이 있어 즐거웠고,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기 위해 조사하면서 이전에 몰랐던 것들까지 더 알게 되어 더욱 즐거웠다.

 

특히 <상춘곡>의 한 배경이 되는 고창의 선운사는 작품에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미당 서정주의 이름난 시 <선운사 동구>를 비롯해 여러 문인들의 헌사를 받은 곳이고, 송창식 아저씨의 <선운사>나 전경옥의 <선운사에서> 같은 노래도 절창이라고 할 수 있다. 무척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하나 소개하면서 다른 명작들까지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는데, 그 가운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시가 있어 새벽에 대본 탈고를 하고 난 뒤 달뜬 흥을 가라 앉히며 연습장에 써 봤다. 김용택의 <선운사 동백꽃> 이다.

 

 

 

 

 

엉엉. 엉엉. 평생에 봤던 엉엉 가운데 가장 마음에 맺히는 엉엉이다. 동백꽃 보러 한 번은 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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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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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연의 '발이 아리는 시린 눈에'의 원문은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다. 왜 눈으로 잘못 썼을까. 그 나름으로 맛이 있어 그대로 두었다.

    2016.07.12 01: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62016.07.04 17:02

 

 

0. 집에서

 

시작은 단순했다. 다음 달인 8월, 불혹이 넘어간 사촌 형의 첫 일본 여행에 동행하게 된 나는 여행 준비를 하던 중 10년 짜리 내 여권의 만료 기간이 어느덧 가까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색해 보니 만료 6개월 전의 여권은 일반적으로 효력을 갖지 않고, 국가에 따라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여러가지 불편을 겪는다 하였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일본에 마침내 가게 되는 형을 위해 일단은 호기심 등은 제쳐두고 여권 재발급부터 받기로 했다.

 

군대에서 애면글면 월급 모아 제대하자마자 떠났던 첫 해외여행이 어느덧 십 년이 지났구나, 감회에 젖어 있다가, 앗 참 혹시, 하고 떠오르는 것이.

 

내 이름 대호의 영문 표기인 'DAIHO'에는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드물게 한국어 발음에 가깝게 읽는 외국인 친구들도 있었고, 그렇게 읽지 않아도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인 '최'의 영문 표기인 'CHOI'였다. 원래의 발음과 유사성이 거의 없고 '초이'라는 발음도 듣기에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에 걸렸던 것은 몇 년 전에 검색을 했던 바, '최가 어떻게 CHOI가 되었는지에는 명확한 유래도 없거니와 아마도 ㅚ를 ㅗ+ㅣ로 분리하여 각각 o와 i를 쓴 것이 아니겠는가', 는 게 그나마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는 사실이다. 별 이유가 없다면 그대로 써야 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한 차례 더 찾아보니 2010년에 개정된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면 최는 CHOE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뿐이지, 이미 외국의 유명한 아티스트들 중 많은 수가 CHOE라는 성을 쓰고 있었으며 네이버의 인물검색 란에 조선시대의 인물들도 CHOE라는 성으로 소개된 경우가 다수였다. 생각해 보니 괴테도 GOETHE이니 발음도 좋겠다, 좋아, 이 참에 CHOE로 간다, 고 결심했다.

 

 

 

 

1. 광진구청에서

 

여권 재발급은 거주지 인근의 구청에서 받을 수 있다. 구청 근처의 사진관에서 여권사진을 찍으면 비싸게 받는다길래 일부러 검색을 해서 값이 저렴한 스튜디오를 찾아 새 사진도 찍었다. 중고등학생들이 과장되게 예쁜 우정사진을 주로 찍는 스튜디오라고 평이 자자하던데, 그래서 그랬는지 여권사진의 기준을 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의 보정을 넣어주어 한편으로 마음이 즐거웠다.

 

구청을 찾아 재발급 신청서를 작성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상담원 앞에 앉게 되어, 저 그런데, 지금 기재해 놓은 이 성은 현재의 성은 아닙니다. 현재 기재된 바는 CHOI인데 CHOE로 바꾸었어요. 라고 말했다.

 

상담원은 잠시간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건 저희가 해드릴 바는 아니고 외무부의 여권과에 물어보셔야 해요. 외무부의 답변을 들으신 다음에 다시 신청을 하시겠어요? 라고 말했다. 하기사 구청은 일종의 하청업체이겠지. 이유를 물어봐도 잘 모르신다는 상담원 분 더 귀찮게 해 드리기도 곤란하고, 또 8월의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권이나 숙소 등 새 여권 번호를 입력하여 빨리빨리 예약을 해야 할 곳들도 많고 해서 일단은 원래 이름 그대로 새 여권을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 다시 집에서

 

집으로 돌아와 여권 영문성명 변경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신청하면 당연히 해 주겠지, 뭐 52자처럼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에나 제재가 좀 있겠지, 했던 내 생각과 달리, 인터넷에는 여권의 영문성명을 바꾸는 어려움에 대한 글이 이미 가득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편인 내 성씨의 사람들이 직접 쓴 글들도 다수 있었다. 대개의 결론은, 안 된다, 였다. 왜 그런담. CHOE라는, 원래의 발음에도 가깝고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도 부합하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나는 좀 더 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3. 여권법 시행령

 

여권에 기재된 영문성명을 변경하는 경우에 관한 규칙은 여권법 시행령 제 3조 2이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1.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2. 국외에서 여권의 영문성명과 다른 영문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하여 그 영문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할 경우

  3. 국외여행, 이민, 유학 등의 이유로 가족구성원이 함께 출국하게 되어 여권에 영문으로 표기한 성(이하 “영문 성”

     이라 한다)을 다른 가족구성원의 여권에 쓰인 영문 성과 일치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

  4. 여권의 영문 성에 배우자의 영문 성을 추가ㆍ변경 또는 삭제하려고 할 경우

  5. 여권의 영문성명의 철자가 명백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

  6. 개명된 한글성명에 따라 영문성명을 변경하려는 경우

  7. 최초 발급한 여권의 사용 전에 영문성명을 변경하려는 경우

  8. 그 밖에 외교부장관이 인도적인 사유를 고려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① 외교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영문성명이 정정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로서 새로 발급되는 여권에 구 영문성명을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새로 발급되는 여권에 구 영문성명을 표기할 수 있다.
  ② 제1항 및 제2항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영문성명의 정정 및 변경에 필요한 사항은 외교부장관이 정한다.
 

 

 

 

이 중 내가 주목했던 것은 1이다.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몇몇 성의 경우에는 '명백하게'라는 표현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얼마든지 거부될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이론의 여지가 적을 거라고 보았다. '최'와 '초이'의 발음이 명백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테니까.

 

 

 

 

4. 외무부 여권과. 경우 1

 

구청에서 안내 받은 외무부 여권과로 전화를 걸었다.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담당자는 말허리를 끊고 들어왔다. 하기사, 이런 일로 전화 건 최 씨가 한둘이겠나. 나는 찬찬히 들어보기로 했다. '최'와 '초이'는 다르지 않느냐. 1항에서부터 명백히 밝혀진 사항이 아니냐. 는 내 질문에, 담당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조항이 있다. 다만 부칙에 보면, - 이 경우 부칙이란 '② 제1항 및 제2항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영문성명의 정정 및 변경에 필요한 사항은 외교부장관이 정한다.'를 가리킨다 - 어떤 경우에 허용할 수 없는지는 외교부장관이 정한다. 현재 외교부장관이 정한 기준 중 하나는 실제로 그 성을 쓰는 사람의 비율이다. 즉, 최 씨 중에 CHOI라고 쓰는 사람이 많다면 그 외의 예는 허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 씨의 경우 CHOI라고 표기하는 사람이 약 94%이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영문성명 변경이 허가될 수 없다.

 

나는 반문했다. 말씀하신 내용은 부칙에는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해당 규정이 있는지 제시해 달라. - 구체적으로 기재된 바는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그렇다면 공식적 기준으로 인정할 수 없다. 아울러, 그것이 현행 기준이라 하더라도, 이미 94%가 그렇게 쓰고 있다고 단정 지으면, 앞으로도 CHOI에서 CHOE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이 수치는 최소한 고정되거나 더 증가할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1항을 만들어 놓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

 

담당자는 여기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고, 그렇다면 구청에 다시 가서 영문성명 변경 민원을 접수하고 행정 소송을 진행하라는 안내를 해 주었다. 그러면 누구를 상대로 소송하게 되는 것이냐는 내 질문에 담당자는 여권과 법무팀이라고 답해 주었다. 나는 여권과 법무팀으로의 통화를 요청하였다. 담당자는 그럴 거면 그러세요, 라고 말한 뒤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연결음을 내보냈다.

 

 

 

 

5. 외무부 여권과. 경우 2

 

연결음은 3분 정도 울렸다. 새로운 담당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 3분간 다른 민원인과 통화를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종류의 민원을 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번 상담원이 통화의 마지막 즈음엔 대놓고 짜증을 내었기 때문에 이 통화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관련된 내용을 한 차례 다시 이야기하였고, 돌아온 답변은 같았다. 나는 알겠습니다. 그러면, 장관이 허한 바 영문성명 변경이 가능한 경우는 언제가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상담원이 가르쳐 준 첫번째 사례는, 직계 존속과 동반출국을 할 때에, 그 중 다른 CHOE가 있으면 가능하다.

 

나는 반문했다. 그건 최초의 CHOE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결국 누구라도 한 명의 CHOE가 생겨야 그 뒤로도 따라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나는 건데, 논리적 오류 아닌가요.

 

별다른 답을 못 하길래, 나는 새로운 질문을 했다. 그러면, 제가 제 자식을 낳아서 최초의 여권을 만들 때에 그 아이의 이름을 CHOE로 해 놓고, 제가 거기 맞추어 CHOE로 바꾸는 것은 가능합니까?

 

담당자는, 그럴 수도 있지만, 아이가 최초의 여권을 만들 때에 아버지의 성을 따라서 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통화의 말미에 내가 통화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확인할 때에, 자신은 '쓰도록 하'게 한다고 말한 적은 없으며, '권고'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쓰도록 하'게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확실히 해 주시라, 규정에 의해 아버지의 성을 무조건 따르게 되는 것이냐, 아니면 다만 권고 사항에 지나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알겠다. 그러나 내가 현재 자녀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아버지 또한 CHOI를 쓰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가능한 수단은 아니다. 성명 변경의 다른 수단은 무엇이 있는가, 물었다.

 

담당자는 위 박스에 소개한 시행령 중 2항을 안내해 주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외에서 여권의 영문성명과 다른 영문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하여 그 영문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할 경우'이다.

 

나는 크게 두 질문을 했다.

 

하나. 국외에서 여권에 기재된 바와 다른 영문성명을 사용한 경우, 행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공적 관계에서 여권과 다른 이름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기업이나 대학의 경우 법무팀에서 검증을 할 것이고, 혹 여권과 다른 이름을 써서 그냥 통과가 된 경우라도, 이것은 나쁘게 보면 본인의 정보를  '위조'한 것이다. 아울러, 사적 관계에서 오랫동안 다른 이름을 써 온 경우, 사인 간의 관계를 행정적으로 인정해 주는 근거는 무엇인가.

 

둘. 기업이나 학교에서 장기간 사용한 경우에 허가해 주겠다는 내용은 알겠다. 그렇다면 '장기간'은 구체적으로 얼만큼의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며 기업과 학교의 경우에 어느 정도의 조직까지 그 공신력을 인정하는지 구체적 기준을 알려달라.

 

담당자는 첫 번째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몇 차례의 통화를 거쳐 관련직무 담당자까지 온 통화임에도 '법령이 그렇다'는 답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건 사실 이해할 수 있다. 이 담당자가 법을 만든 것도 아니고, 법에 없는 사항을 함부로 추측해서 이야기하거나 시행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나는 보았다. 담당자는 길고 긴 언쟁 끝에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하였다. 여기서는 문답 형태로 정리해 보겠다.

 

 

 

6. 외무부 여권과 담당자와의 통화 ('문'은 나, '답'은 담당자이다.)

 

문 : '장기간'은 구체적으로 얼만큼의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며 기업과 학교의 경우에 어느 정도의 조직까지 그 공신력을 인정하는지 구체적 기준을 알려달라.

 

답 : 고용계약서가 있으면 된다. 그렇지만 수퍼 같은 데는 안 된다.

 

문 : '수퍼 같다'는 자의적 표현 말고 객관적 기준을 말해 달라. 몇 인 이상의 기업이라든지, 몇 년 이상의 계약이라든지.

 

답 : 그건 우리가 그때 그때 상황을 봐서 파악한다.

 

문 : 상시적인 심의 기구가 있는가.

 

답 : 심의 기구는 없다. 팀원들과 팀장이 이야기해서 결재를 올리면 과장이 결재한다.

 

문 : 팀원끼리 회의가 아니라 '이야기'를 할 때에, 영문성명 변경 허가의 가부를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확인하는가.

 

답 : 해외 공관에 고용계약서의 사실 확인을 요청한다.

 

문 : 고용계약서만 사실이면 되는가. 그렇다면 수퍼는 왜 안 되는 것인가.

 

답 : 너무 작고 이런 데는 안 된다.

 

문 : 그러니까 객관적 기준을 말해 달라.

 

답 : 고용계약서 말고도, 우리가 인터넷도 검색하고 한다.

 

문 : 인터넷에서 해당 회사를 검색해 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는 회사라면 소재나 규모에 관계 없이 영문변경 신청이 가능한가. 혹은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지 않은 기업 등은 어떡하나.

 

답 :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출입국 내역 같은 것도 보고 한다.

 

문 : 출입국 내역을 확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 장기간 체류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해서 그렇다.

 

문 : 무슨 문제인가.

 

답 : 범죄에 연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문 : 출입국 내역의 조회를 통회 범죄 사실 여부도 조회할 수 있나.

 

답 : 그럴 수는 없다.

 

문 : 그렇다면 장기간 체류자가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것은 추정 아닌가. 추정에 근거한 행정 집행이 온당한가.

 

답 :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퍼 같은 데 취업하는 사람들이 성명 변경 같은 거 함부로 신청하면 행정적 혼란이 온다. 전화를 걸고 있는 본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공식계약서를 증빙 서류로 첨부하여 심의를 신청하라.

 

문 : 나는 유학이나 취업의 계획이 없다. 영문성명 변경의 사례에 대해 문의를 하는 중이다. 아울러, 공식계약서의 객관적 기준도 없고 상시적인 심의 기구도 없는데 누구한테 무엇을 신청하라는 말인가.

 

답 : 신청해 보면 뭐가 결격 사유인지 말해 주겠다.

 

문 : 문서화된 기준이 없나.

 

답 : 없다.

 

문 :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답 : 팀장이다.

 

문 : 팀장을 연결해 달라.

 

답 : 집안 일로 출장 중이다.

 

문 : 출장에서 언제 돌아오나.

 

답 : 답해줄 수 없다.

 

문 : 왜 답해줄 수 없나.

 

답 : 금요일날 돌아온다.

 

문 : 금요일날 전화하면 통화할 수 있나.

 

답 : 통화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나. 말했듯이 본인의 성명변경을 원하면 고용계약서를 제출하라.

 

 

 

7. 중간정리

 

이후의 이야기는 '고용계약서를 제출하면 승인 가부를 결정해서 알려주마'의 반복이었다.

 

담당자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충분하지 못한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담당자에게 고민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제도의 빈틈이 메워졌으면 할 뿐이었다. 내가 모두 납득하기는 어렵더라도, 이래저래서 안된다, 라고 분명한 객관적 기준이 제시되었다면 나 또한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고 일찍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관련하여 검색을 하다 보니, 미군들과의 군 생활 중 'CHOI'라는 이름 때문에 'CHOICE'라는 별명이 생겼고 이 때문에 희롱과 추행의 대상이 되었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무슨 유래로 생겼는지조차 모른 채 관행처럼 쓰여 오던 표기를 버리고, 내 이름의 원래 발음에 가까운 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 영문성명을 변경하고 싶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이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통화 도중 이 전화 때문에 전국에서 몰려드는 업무를 못 보고 있다는 말을 듣고, 팀장의 직통 전화번호를 물어보았을 때에는 그러는 내 이름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혹 이 전화내용을 녹음하고 있다면 조처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조처를 하실 것인지, 금요일날 출장에서 돌아오는 팀장님께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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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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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찬 정보 좋네요~

    2016.07.05 0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물뱀나무

    대망의 금요일이네요. ㅎㅎㅎㅎ

    참고로, 현행 여권법 시행령(대통령령 27166호) 제3조의2 제1항 제1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다만, 여권의 영문성명 표기에 대한 통계 상 해당 한글성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외교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영문성명을 여권의 영문성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제가 주제 넘게 판단해 보자면, 여권의 영문성명 변경하시려면 행정소송을 해서 위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받거나 아예 개정운동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아님 새로 여권을 발급받는 최씨들이 몽땅 영문 성을 Choe로 신청해서 통계가 뒤집히길 천년만년 기다리셔야 할 듯요. ㅠㅠ

    2016.07.08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증간 관리자와 통화를 하면 좀 더 책임 있는 해명을 해주기보다는 좀 더 노련한 태도로 훨씬 공허한 내용을 말하고 있을 것 같아서, 관련 법령 공부를 좀 더 해 보고 상위기관에 서류로 민원을 넣어볼까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허탈한 대답을 듣는 길일지 모르지만요. 그래도 공식적인 기록을 얻어두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져서요.

      2016.07.09 12:1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