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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기타를 찾아보자



벼락처럼 공돈이 생긴다면야 선릉 역까지 뛰어가 기타 바를 살 기세이지만, 일단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봐야 하기도

하고 공부하기가 싫기도 하고 해서 다른 기타를 찾아보았다. 물론 보급형 통기타가 구입
과 관리에 있어 가장 편하나

방에서 연습하기엔 소리가 다소 크지 않을까 걱정되고, 악기를
 사고 연습하는 자체가 당장의 소일거리보다는 언젠가

떠날 긴 배낭여행의 동반자를 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여행용 기타가 적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모자란 실력

을 포장하기엔 신기한 악기 모양으로 일단 듣는 이를 홀려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꾀돌이 속셈도 있었다.  








넘버 원 컨텐더인 마틴의 백패커. 기타 바는 안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이 기타는 수 년 전에 실물을 보고 이미 마음을

준 바 있었다. 신품으로 구입하면 40만원 가량.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중고 매물도 이따금 찾을 수 있으며 이전에 아

는 사람으로부터 외국에 다녀오는 사람에게 직접 부탁하면 대략 250 - 300불 사이에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은 기억

이 있었다. 혹 중고 매물이 있다면 바로 구매할 의사까지 갖고 검색을 시작한 것인데, 얼마 전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이

적 씨가 들고 나왔
다는 이유로 그간 수퍼스타가 되어 버린 것을 알고는 김이 식었다. 순풍산부인과의 송혜교를 흠모하

는 것이지 가을동화의 송혜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베이비복스의 막내인 윤은혜를 아끼는 것이지 커피프린스의 윤

은혜에 환호하는 것이 아닌, B형으로서는 그야말로 등돌리기 딱 좋은 이유. '그것밖에 못 쳐요?'는 참을 수 있지만 '이

적이 치던 기타네요?'는 참을 수 없을 것
만 같다. 이 붐이 지나가고 날 때까지 기타를 안 사고 있다면 아마도 다시금 기

타 바와 함께 마음 속에서 자웅을 겨루겠지만, 지금은 바람 피는 애인 보는 듯한 심정이라 쳐다보기 싫여.  








그렇다면 거의 유일하게 남는 선택지인 세고비아 TF-10. 낙원상가에서 잡아보았을 때에는 느낌이 우쿨렐레와 크게 다

르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기타는 십만 원 중후반대, 이것저것 다 합쳐도 이십만 원 중반대를 넘어가지 않는데 비해 커

스텀 기타들과 비교해 봐도 뒤지지 않을 유려한 디자인이 발군. 허나 성능에 관해 기타 커뮤니티의 평은 그리 좋지 않

았다. 대체로 보자면,

- 무엇보다 예쁘고, 여행지 놀러가서 재미삼아 치기에는 그럭저럭 돈 값을 한다.

- 그러나 몸통이 작고 좁은만큼 소리가 굵고 깊지 못하여 메인 기타로서는 함량 미달이다.

- 아울러 폭이 좁아 운지를 하기 어렵다.

는 평이 주를 이룬다. 소리가 작다는 것은 일반 주택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반길 일이지만 정상적인

운지를 하기가 어려워 다른 기타를 연주할 때 불편함이 있다는 것은 좀 꺼려지는 정보였다. 딱 떨어지는 선택이 없구

먼.


내일은 홍대에서 저녁 약속이 있다. 호우가 내리지 않는다면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서 기타 매장을 몇 군데 둘러보려고

한다. 이십만원 대 백패커 중고가 있거나, TF-10의 사장님이 미쳤어요 대할인 행사를 만나거나, 혹은 있는지도 몰랐던

후손 없는 거부 삼촌과 우연히 조우하게 되는 등의 벼락같은 행운 있길 빌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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