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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데려왔수에다.







생애 첫 기타. 인디 IA - 20D. 일명 아이유 기타. 동방의 등불 아이유 님께서 연주하시는 핑크색 기타와 동일 모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어떤 특별한 날의 몰래 이벤트를 위하여 택배 배송 시간조차 아껴 연습을 하고자 낙원 상가를 찾아 직

접 이고지고 왔지마는, 생색 내길 좋아하는 입방정 때문에 몽땅 들통났다. 이제는 그저 취미생활.


보급형이라 이거 붙이고 저거 붙여도 십만 원 중반대를 넘지 않았다. 정분 난 이와 갈대밭 뒹굴듯 망가뜨릴 각오와 함

께 격정적으로 다뤄가며 배워보기로 하고, 여행용 기타는 여행을 떠나게 될 때에 가격과 상관없이 가장 갖고 싶은 것

을 사자고 마음먹었다.


변신 로봇의 발칸 포처럼 생긴 기타 가방을 메면 으쓱하기도 하고 조금 창피하기도 한 마음 등이 복잡하게 들지 않을

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멍때리고 걷다가 기타의 윗부분이 문틀이나 버스 출입구에 걸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

음만이 대세였다. 키가 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기타 가방 정도는 십 년 쯤 메고

다녔다는 시침 뚝 표정으로 집까지 와서, 튜닝을 마치고 줄을 몇 번 튕겨보니 과연 현악기의 제왕다운 소리가 방에 울

려 퍼졌다. OM 바디는 드레드넛 바디에 비해 음색은 청명하나 음량은 작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지만, 우쿨렐레만을

끼고 살던 내 귀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이 방 안에서 있었던 모든 소리들 중에 아마도 가

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다만 코드 표가 우쿨렐레와 달리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워,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아이유 님께서 언젠간 나처럼 칠 수 있을거야, 하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

아 마음이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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