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이병우 님이 직접 제작하고 판매까지 하신다는 기타 바(guitar bar). 이름도 매끈하고 모양도 스트랩 하나
까지 마음에 쏙 들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오십오만 원. 우느님께서 잇속 챙기려고 만든 것이 아닐 것임은 마땅히 짐작
하겠지마는 액수 앞에서는 그저 한숨만 나온다. 세금 환급받은 것도 있고 해서 삼십만 원 근처쯤 하면 큰 마음 먹고 사
려고 했는데. 악세사리 모두 빼고 기타만 삼십만 원 근처라도 삼십은 삼십이라고 자신을 속일 각오도 되어 있었는데.
작년 겨울 인생의 첫 현악기인 우쿨렐레를 사던 때에, 이것저것 만지면서 기웃거리자 사장님은 조만간 비싼 우쿨렐레
를 하나 더 사게 될테고 결국엔 기타도 사게 될테니 처음엔 그저 초보용으로 시작하시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당시엔
누가 보태 달래나, 오지랖도 넓지, 하고 생각했는데, 고작 반 년이 지난 지금에야 만고의 철언이었음을 깨닫고 반성하
게 된다. 서른 전엔 통틀어 한두 번이나 갔을까 싶은 낙원 상가에, 종로 근처를 지날 때마다 들러서는 예쁘게 생긴 기
타마다 괜스리 손때만 묻히고 오기 일쑤다. 즐겨찾기의 '악기' 폴더에는 수 년간 애면글면 모아온 드럼과 우쿨렐레 사
이트들이 낭창낭창 매달려 있었는데 요 한 달 사이에 어느덧 기타 관련 사이트들이 그 반을 차고 넘었다. 비 그치고 나
면 가까운 홍대의 악기상으로 구경이라도 가 볼란다. 옛날 글 무더기와 기타 한 대면 무더위 두어 달쯤 어떻게 버텨볼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