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첩

090626, <미제>






이전에 클림트의 <레다>나 <다나에>를 따라 끄적거린 적은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누드를 그린 것은 처음

이다. 팽팽한 곡선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만 한데, 그 선들이 모여 더욱 아름다운 형체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정

말이지 미적 조형성에 대한 철통같은 의지를 가진 조물주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 없

다.



요새 그리고 있는 인물 그림들은 모두 당연히 원화가 있다. 나는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은 확대해서 그 모양새

를 살펴보기 위해, 원화를 따로 출력하지 않고 노트북의 화면에 띄워놓은 채 그림을 그리
는데, 덕분에 이 그림

을 그리는 동안은 연구실의 문이 열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정숙이 필수인
연구실에서, 들킨 자리에서 이것

은 실은 예술 행위이노라 소리 높여 강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
고한 미의 최고봉인 여체를 그리는 내 순수

한 예술혼에 스스로 의심 한 점 없노라 뻔뻔한 얼굴로 선을
긋고 있기에는 마음 속 넘치는 리비도가 부끄러운

탓에, 아무튼 될 수 있는대로 서둘러 밑그림을 완
성하였다. 덕분에 미진한 부분이 생겨 스스로는 자못 안타깝게

여겨져 앞으로는 연구실 구석 자리의
변태 같은 별명이 생기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정성

스레 그리기로 다짐했다.



주인공 인물의 이름으로 대충 때우는 것 말고, 뭔가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제목을 지어 그림을 더욱 빛내는 것

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꽤 긴 시간을 제목 짓기에 투자하였는데, 결국은 일단 <미제
>로 남겨 두고 말았다.

단전 밑의 수컷은 <어서 오세요 여보>를 양보하지 않고, 머리 속의 지성인은
<누드 1>따위의 개도국적 제목을

내어놓고는 얌전빼며 딴청을 부리고 있는 통에 타협은 계속 결렬을
거듭하고 있다. 혹 좋은 제목 생각나시면,

'실명으로' 리플 달아 주시라. 실명 리플은 이명박 각하와
유인촌 장관님께서도 예찬하는 시대의 대세이다.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705, <Porco Rosso>  (3) 2009.07.05
090702, <조커>  (2) 2009.07.02
090623,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 2009.06.24
090621, <Don Vito Corleone>  (0) 2009.06.21
090621, <허 찬 석사 간사님>  (1) 200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