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따라 그린 그림은 Brent Lynch의 <Evening Lounge>라는 작품이다. 얼마 전에 올린 <수련>과 <달이 보인다>는 친구의 첫 독립을 축하하는 선물로 그렸던 것이다. 두 장을 건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 선물하는 것이니 혹 그림이 맘에 안 들거든 더 디테일한 주문을 붙여서 다시 그려달라고 편하게 이야기해라, 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물하는 것이 나도 기쁘고 그 덕에 또 그림 연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즐겁다. 친구는 마음에 안 든다고 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그리게 된 두 장이다.
친구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 중에는 크기도 있었다. 그림을 딱 맞춰넣고 싶은 가로 50cm, 세로 30cm의 자리가 있었는데 두 장의 그림은 그보다 조금 크거나 작았던 모양이다. 어쩔까 궁리하는 내게 친구는 가로 25cm짜리 두 장을 붙여서 그리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주었다. 두 장을 붙여서 그린다...하고 생각하니 마침 생각나는 것이 이 <Evening Lounge>였다. 두 장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은 바에 앉은 남녀를 각기 그린 것인데,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전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어 인상에 남아있던 것이다.
이렇게 붙이면 생판 남이고
이렇게 점 하나 빼면 님이 된다. 다시 그려 건네면서 눈치를 보아하니 이번에도 썩 마음에 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또 거부를 당하면 다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도무지 계획이 서지 않아, 마침내 기뻐해줘서 나도 기쁘다는 눈치없는 캐릭터의 연기를 했다. 지난번 그림부터 시도하였던, 선물받은 사람과 선물한 그림의 사진을 함께 찍는 계획은 아무리 눈치없는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조금 심하다 싶어서 이번에는 건너뛰게 됐다. 웬만한 서투름은 넉넉히 포용해주는 흑백 효과 하나만 더 올리고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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