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동물 피규어를 모델 삼아 모나미 볼펜으로 그렸다. 지금까지는 실제 사물보다 사진이 따라 그리기 쉽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그림을 그리면서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실제 사물을 그려보니 그
리기 편한 각도와 빛의 방향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그 사물을 가장 재미있게 그릴 수 있었다. 딸기케이
크의 딸기를 먹는 순간과 같이, 결국 코뿔소라면 옆에서 본 코뿔, 코끼리라면 앞에서 본 코와 귀를 그려보고
자 선택한 피사체가 아니겠는가. 아무튼, 별로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그림을 그리고자 앉은 것이 아니라 잠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틈에 혼자 즐겁게 그린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럽다.
별개의 이야기인데, 어떤 이의 지적을 받고서야 내가 고래, 코뿔소, 코끼리, 곰과 같은 과분한 동물들을 좋아한
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야망의 반영이라고 해석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컴플렉스의 표출
인 것만 같다. 여기에만 적어두고 비밀로 해야지. 다음 번엔 미어캣이나 북극여우라도 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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