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원래 이름은 Braniy Smurf. 번역 이름이 더 마음에 꽂히는 희귀한 사례이다.
스머프 사회가 소비에트 연방을 본따 만들어졌다는 설은 수많은 음모론 가운데 비교적 힘 있는 설득력을 갖추
고 있는 편에 속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 수염이 인상적인 파파 스머프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자 최고의 권
위자인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한편, 둥글고 큰 안경으로 '지식'의 이미지가 잘 형상화된 똘똘이 스머프는 레온
트로츠키를 나타낸다고 한다. 사진을 검색해 보면 실제로도 무척 닮았다.
스머프를 보고 자란 동년배들 가운데 허영이나 타잔과 같은 마이너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술회하는 것은 드
물지만 접한 바가 있다. 그러나 똘똘이 스머프를 좋아했노라고 고백하는 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대
체로 거의 모든 일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스머프 마을에서 유일하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캐릭터이
고,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지식을 뽐낼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끼어드는 모습 등이 화합,
단결, 겸손, 복종 등의 가치의 내면화를 암묵적으로 요구받았던 우리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
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학생 인권 조례안 시행 후 학교를 다닌 세대라든가, 혹은 북유럽의 몇몇 나라에서와
같이 교육에 있어 창의적인 사고가 진짜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자란 이들 등에게서는 똘똘이 스머프에 대해 다
른 평가가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실제로 똘똘이 스머프를 '혁명가(revolutionist)', 또는 '진보주의자(a progress
ive)'로 보는 영문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근래 똘똘이 스머프를 좋아하는 괴짜를 알게 됐다. 마침 이번 달 해피밀의 장난감이 스머프이길래 가져다 주려
고 일부러 들렀더니만, 파파 스머프나 스머페트와 같은 수퍼 스타들도 재고가 있는 마당에 의외로 똘똘이 스머
프가 일찌감치 품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과 인천에 걸쳐 생각날 때마다 맥도날드를 세 군데나 들러
봤지만 상황은 모두 같았다. 내가 가졌던 의문과 같이 시대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인기가 없을까봐 애당초 물
량이 적었던 것일까. 아무튼 실물을 끝내 구하지 못하여 그림으로나마 그려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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