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그 깊이와 크기를 짐작도 할 수 없는, 작가 혼자만의 명상과 철학에 빠져주지 않아 고맙다. 제3세계 여행기에 밥먹듯 등장하는, 가난하지만 영혼이 맑은 현지인들과의 몇 시간 짜리 에피소드 등이 없는 것도 아주 고맙다. <7년의 밤>에서 익숙하게 접하였던, 건조하고 구체적인 상황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고산병보다도 더 집요하게 묘사되고 있는 변비 이야기나 마음을 비우자고 떠난 히말라야 트래킹 중에서도 종종 보이는 강퍅한 마음씀 등에서, '그 정유정'이 아니라 그냥 주변에 흔히 있는 한 누나의 고생 이야기처럼 읽혀져, '킬킬대고 웃'지도 않았고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읽으며 생각이 많았지만 위에 쓴 것만으로도 정유정의 팬들에겐 충분히 무례한 것 같아 이정도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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