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방에 앉아 있자니 선풍기를 쐬든 물에 적신 수건을 걸치고 있든 어떻게 해도 더위를 피할 길이 없길래
해가 지기를 기다려 산책을 나가 보았는데, 아주 밀도가 옅은 온수 속을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휩싸여 있다, 무언가의 안에 들어와 있다, 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무척 뻑뻑해지는 자정 쯤에나
바람 쐬는 겸 해서 다시 나가보기로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면지의 구석에 이런저런 그림을 끼적이며 놀았
다. 개중 웃는 여자와 웃지 않는 여자의 그림 두 장이, 배치의 순서에 따라 몽타주 효과가 달라지는 것 같길래 재
미삼아 올려본다.
1번. 웃는 여자 → 웃지 않는 여자
2번. 웃지 않는 여자 → 웃는 여자
나는 개인적으로 2번, 그러니까 웃지 않는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변하는 쪽이 좀 더 직관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데, 남들도 그런지, 그리고 왜 그런 효과가 났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런 건 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들
을 수 있을까.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산콜과 진중권 선생이지만 전자는 시민으로서의 양식 때문에, 후자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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