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뽀뽀뽀 아이조아'로 타이틀을 바꾸었던 영유아 프로그램 '뽀뽀뽀'가 내일인 2013년 8월 7일의 아
침, 775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된다. 1981년 5월에 시작되었으니 같은 해 8월에 태어난 나와는 동갑이다. 사람
이라면 요절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는 희수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TV를 통해 시청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내일 종영되나 십 년 후에 종영되나 어차피
안 볼 프로그램이기는 마찬가지이고, 이름만 바뀔 뿐이지 작가도 PD도 그 자리에 남아 포맷만 바뀐 새 영유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겠지만, 그래도 삼십 년이 조금 넘는 인생에서 적어도 5, 6년 이상 매일 아침 접하던 타이틀과
주제가가 영영 사라진다는 것은 확실히 쓸쓸한 일이다.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 같은 이런 느낌은
2006년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의 일이다. 명왕성은 인간이 뭐라고 부르든 그 자
리에서 묵묵히 공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보면, 뽀뽀뽀가 사라지는 것에 더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심사인 것 같다.
폐지 소식을 기록해 두는 글에 무엇을 곁들이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생각하다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저 주제가의 가사를 손으로 써 보았다. 단일 시간 내에 이렇게 '뽀' 자를 많이 쓰기는 처음이었는데 쓰다 보
니 무척이나 예쁜 모양이고 정겨운 발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BC의 보도자료를 보니 후속 프로그램은 'TV를 통해 누구나 균등하게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
의 영·유아 영재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근래의 '뽀뽀뽀 아이조아'를 보지 못했으니 함부로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뽀식이 뽀병이 아저씨와 함께 했던 나의 뽀뽀뽀는 나를 영재로 키우려고 했던 것 같지
는 않다. 잘 먹고, 많이 놀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낼 것. 말하자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가, 에 관한 일종의 지침서였다고, 나는 기억한다. 기억하고 보니 괜스리 한 차례 더 쓸쓸해졌다.
어딘가에서는 폐지를 결정한 MBC에 맞서 촛불시위라도 일으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나는 그저 이번
주 만이라도 출근하는 아빠와 안아주는 엄마, 그리고 만나는 사람과 헤어지는 사람에게 뽀뽀를 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다. 내일까지의 시간을 같이 살아 온 우리는 친구, 뽀뽀뽀 친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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