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13

메어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선물들 중 하나였던, 리볼텍 NR-87 Jack Skellington. 산타클로스 버전이다. 그리고 원래 버전인 리볼텍 NR-55 Jack Skellington. 사이 좋게. 더보기
신터 클라스 우표 암스테르담으로부터의 크리스마스 선물. 무척 기쁘다.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맘 때쯤이면 선생님의 독촉 을 받아가며 구입했던 크리스마스 씰 생각도 나고. 그 씰 값은 어떤 놈 주머니로 다 들어갔는지. 이번에 선물로 받은 네덜란드 우표의 테마는 신터 클라스와 블랙 피트이다. 이 둘에 관해서는 작년 이 무렵 일기 를 쓴 적이 있었다. http://chleogh.tistory.com/entry/sc 강하게 아이콘화되어 있지만, 신터 클라스의 본래 직업인 주교의 형상, 블랙 피트의 장난스러운 성격, 북구의 겨 울 환경 등등이 드러나 있어 살펴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그 일기를 쓴 뒤로, 관심이 있으면 더 잘 보이는 것인지 우연히 신터 클라스에 대해 몇 가지를 추가로 알게 되었 다. 그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 더보기
넬슨 만델라 (1918 - 2013) 검은 대륙의 가장 존경 받는 사람인 넬슨 만델라가 별세하였다. 2013년 12월 5일. 더보기
뜨거운 안녕 밖에 다녀와서 히터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되던 것이 피식피식 소리를 내더니 만 더운 바람은 안 나오고 부품 타는 냄새만 새어나온다. 뒤집었다가 눌러보고 몇 차례 걷어차고 눌러봐도, 계속 작동시키다가는 큰 불 날 것 같은 느낌만 강해질 뿐 나아지는 기색은 전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바꿀까 생각은 하던 차였다. 한 뼘 조금 넘는 작은 크기의 기계라 방 안의 공기를 다 덥히려면 한 참이 걸리기도 하고, 싸구려라 타이머 기능도 없어 자기 전에는 꼭 끄고 자야 하는 것이 성가셨던 것이다. 와중 소셜커머스에서 온 안내 메일에는 각종의 전열기들이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쉽사리 새 물건을 사지 못했던 것은 좁은 고시원에서부터 새벽의 연구실, 그리고 3년째 살고 있는 지금 .. 더보기
시골 아니라고 집안에 일이 있어 오랜만에 찾는 인천의 본가. 오렌지색 삼화고속 버스 타고 가는데 옆 좌석의 커플이 계란을 까 먹는다. 인천 행 버스 타니 여행 가는 기분 났니. 서울 시내버스라면 까 먹을 수 있었겠니. 하다가. 끼니를 못 채워 도시락 삼는 것일 수도 있지. 연안부두서 배 타거나 영종공항서 비행기 타기 전에 기다리며 먹으 려던 걸 미리 하나 먹었을 수도 있지. 서울 생활 십 년인데 자격지심은 남 못 주는구나. 하다가. 인천인 된 설움 나 혼자 다 끌어안은게 아니구나 생각케 하는. 동네 형 울분 소리 듣고 나니 송도 만한 눈물 방울 이 뚝뚝. 이래서 새해에도 김구라를 못 끊는다. 더보기
기상의 결혼식 11월 16일 토요일에 친구 기상이가 장가를 갔다. 열 살 남짓부터 가장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 중 한 명이라, 연습 장이 됐든 블로그가 됐든 계속해서 써 오던 일기장에 못해도 수십 번은 등장했을 친구이다. 언젠가는 당연히 써 야 했을 일기이지만 진짜로 쓰고 있노라니 함께 했던 긴 시간이 떠올라 재미있기도 하고 어딘가 서글프기도 하 고 그렇다. 돌아오면 또 출근이니 신혼여행에서 독립운동하듯 놀다 오길. 그리고 신랑과 신부의 결혼 생활이 평 온하고 또 즐겁길 진심으로 바란다. 더보기
Lego 79003 An unexpected gathering 출시 예정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벼르고 별렀지만 레고 코리아의 담대한 가격 책정에 허를 찔려 1년이 지나도록 손가락만 빨았던 바로 그 제품. 영화의 개봉과 함께 시작된 새 시리즈 'The Hobbit'의 대형 제품군 중 하나인 79 003, 'An unexpected gathering'이다. 우리나라에는 '뜻밖의 만남'으로 번역되어 출시되었다. 생일도 아니고 잘한 짓도 없는 판에 선물로 받게 되어 나야말로 뜻밖의 만남. 너무 기뻐서, 마트에서 계산대를 거쳐 나오는 모든 사 람들 앞에 우뚝 서서 자랑하였다. 공식적인 박스 아트는 위와 같다. 책이나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주인공 빌보 배긴스가 자신의 집으로 갑작스레 들이닥친 드워프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그날 밤의 .. 더보기
중앙도서관 앞 공사 후 예상도 공사가 끝나면, 연대는 외국인 학교가 된다! 더보기
빼빼로 데이 선물은 사랑의 마음을 담은 장(長)빼빼로 한 통과 페레로 로쉐 두 알. 달을 가리키면 달만 봅시다. 더보기
탄핵 독서 중에 따로이 기록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어 옮겨 적는다. - 헌법 재판소 적시.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예에 한한다. 1.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2. 명백히 국익을 해한 경우 3.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 4. 국가조직을 이용한 국민탄압 5. 국가조직을 이용한 부정선거 혹시나 현 시국에 불만을 품는 불온한 자로 오해받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한 마디. 위는 3기 헌법재판소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며 적시한 내용이다. 이범준, (궁리, 2009) 348쪽에서 인용. 더보기
잊혀진 계절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2002년의 일이니 올해로 12년째인데, 그만큼의 시월의 마지막 밤들 중 이 노래를 소재로 하여 글을 쓴 것은 못해도 대여섯 번은 되는 것 같다. 한 해의 어떤 날을 딱 찍어 사랑의 정조를 회상하며 애틋해 하는 노래 중 명작을 꼽으라면 역시 이용의 '잊혀진 계절'과 015B의 '5월 12일'이 있을 터인 데,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 년에서 십 년 전쯤을 추억하고 있는 것 같은 '5월 12일'보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마 음이 추워질 때쯤 누구나 막연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잊혀진 계절'이 더 널리 사랑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도 모르겠다. 더보기
약간 들어갈 자리가 아닌 데에 '약간'을 넣어 말하는 이를 만나게 되면 무척 불편하다. 생각해 보면, 딱 맞는 단어를 생각해 내기가 어렵다거나 혹은 정도나 빈도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조금 (좀)'의 자리에 들어가고 있고, 두 단어 사이에는 사전적인 의미로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니, 딱히 어색한 활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불편한 것은 단지 낯설기 때문인 것일까. 고민이 된다. 더보기
고양이도 사는 건 힘들다. 강남역 10번 출구. 더보기
심야 버스 새로 올랐다는 택시비가 부담스러워 심야 버스를 처음 타봤다. 몇 명 타지 않은 빈 버스에 곳곳에서 술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풍경은 저녁 여섯 시 무렵의 퇴근 버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운 좋게 자리를 차고 앉 은 나는, 그러고 보니 흔히 쓰는 深夜라는 말 참, 맨 처음에 밤이 깊어간다고 하는 사람은 어떻게 그런 표현을 썼 을까,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깊다'라는 동사를 떠올린 것일까, 깊어짐의 끝에 다시 아침이 있다는 역설 도 계산하고 만든 말일까, 따위의 한가한 생각을 했다. 더보기
어영부영 하는 사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 물건은 몇 가지 있지만, 올 해 내로 꼭 갖고 싶은 것은 전기자전거 하나 정도라는 일기를 쓴 적이 있었다. 구입을 한다면 위 사진의 모델로 할 것이라는 결정은 내려 놓았는데, 마음을 먹었을 때에는 여유분 의 돈이 없었고, 돈이 생기고 나니 날이 추워져 다시 고민하는 중에, 루머로만 돌던 2014년 형 신형 모델이 버럭 나와부렀다. 기존 모델의 이름은 '이스타 26', 그리고 바로 위 사진이 신형 모델인 '이스타 26s'이다. 아이폰 네이밍이 연상되 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제조사에서 소비자들의 동향을 활발히 체크하고 있는 듯, 기존 모델을 구입할 때 소비자 들이 추가의 돈을 내고 선택하던 튜닝 사항 가운데 공통적인 것들이 이번 신형 모델에서는 기본으로 장착되었 다. 이외로 배터리의 용량.. 더보기
우크페페 일산에 갔다. 십여년 전 볼 일이 있어 인천에서 일산으로 갔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갔던 일은 있어도 서울에서 일산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바로 가는 버스가 있는 것에 놀라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것에 한 차례 더 놀랐다가, 직접 가 보니 인천도 별로 안 멀던데요, 라고 말하는 서울 치들에게 눈쌀을 찌푸려 주던 것이 떠올라 반성을 했다. 이 날, 나는 무척 기대하여 빌렸으나 시간이 많지 않아 읽지 못하던 책을 들고나간 터였다. 책은 예상보다 조금 더 재미있었는데, 서울을 벗어나 일산구에 들어서기 전까지 펼쳐지는 중소도시의 풍경에 몇 차례고 독서를 멈 추고 창 밖을 보았다. 집에서 뒹굴거리는 날에는 책 몇 권 들고 경기도로 나가는 버스에 좀 앉아있어 봐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일산까지 간 이.. 더보기
2013 최고의 배우자 표의 상단에 표시된 대로, 위 도표는 유명 결혼정보회사에서 자체 평가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배우자감의 데이터를 정리해 놓은 결과이다. 남성 한 명, 여성 한 명을 뽑았다고 하니 이는 물론 특정 개인의 데이터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특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은 이것이 다른 특성들에 비해 '권장할 만한', 혹 은 '선호되는' 특징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며, 또한 '이에 부합하는' 미혼남녀가 전국에 몇 명 존재한다는 것을 광 고하는 데에서는 그러한 시각이 사회 일반으로 통용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읽을 수 있다. 이 경우 '사회 일반'이라는 것이 해당 결혼정보회사 기준의 '사회 일반'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수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울러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더보기
항아리 마음에 항아리가 있다. 고개를 처박고 물이 언제 차나 쳐다보고 있으면 항아리는 영영 비어 있다. 항아리가 있다 는 것마저도 까먹고 나가서 소처럼 말처럼 뛰고 들이박고 집으로 돌아오면 항아리는 어느새 차 있다. 그런 날에 는 씩씩거리며 물을 퍼 마신 곳이 항아리인지 웅덩이인지도 모른다. 그런 항아리가 비었다. 일기가 적은 것은 그 래서이다. 더보기
근섭이 큰집의 마루에서, 작은 TV 앞에 누워 영화를 보고 있었다. 곁에는 할머니와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가 제사 음식 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TV에서 하는 영화는 길지 않은 분량의 귀신 영화였다. 큰 한옥을 배경으로 노인과 아이들이 뒤섞여 굿판을 구경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명절을 맞아 시골에 놀러간 일곱 명의 아이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귀신을 보게 되면서 차례차례 죽어 나가는 것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 는 큰 역할이 없고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주인공의 동생인 '근섭이'가 첫 장면의 굿판에서 귀신과 눈이 마주쳤 고, 그때 귀신이 근섭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생각치 못했던 결말에 깜짝 놀란 .. 더보기
가을이 걸어온다 이것을 예술이라 부르지 않으면 무엇을 예술이라 하겠는가. 심지어 원작자가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살 면서 만난 설치미술 가운데 가장 큰 감흥을 받은 예술 작품 가운데 하나였노라 주장할 것이다. 기대하고 간 전시 회에서조차, 입장료가 아까워서이거나 교양미를 떨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에서 여러 생각과 깊 은 감정이 솟아나와 이렇게나 한참동안 서서 바라본 작품은 없었다. 창천동 뒷골목에서. 더보기
생일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아닌 사람으로부터 미역국을 받았다. 스무 살 이후로는 집에서 생일을 보낸 적이 거의 없 고, 또 생일 앞뒤로 해서 고향인 인천을 찾는다 하여도 미역국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 탓에 엄마도 잘 끓이 지 않는 편이라, 생일날 미역국을 받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다. 일기에 나만의 기쁜 일, 독자는 공감하거 나 재미있어 할 수 없는 일을 적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려 하지만, 서른 넘어서는 정말 몇 번 없었던, 태어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라 시치미 떼고 다른 일기들 사이로 슥 끼워넣는다. 더보기
늘봄 고시원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스무 살에 처음으로 혼자 살이를 시작했던 고시원에 들러 보았다. 10년이 훌쩍 넘었는 데도 고시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무척 쓸쓸했던 재수 생활을 추억하고 등 따신 지금에 비교하며 행복해 하기에는 고마운 일이지만, 십 년이 지나도록 고시원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 면 씁쓸하다. 딱히 잘난 척 할 것도 없이, 나부터가 고시원의 감옥 같은 방에서 벗어난 것이 3년도 안 된다.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전자 자물쇠가 달려 있어 안에까지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들어갈 수 있었다 하더 라도 마음에 준비를 하지 않고 간 차에는 아마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아래로, 그 시절에 있었던 몇 가지의 일들을 몇 차례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였는데.. 더보기
동네 마실 홍대로 걸어가는 길의 정겨운 동교동 4차선. 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던 것은 오래 전의 일이지만, 아무튼 비가 오 는 날 새벽까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거의 예외 없이 저 굴다리 아래에서 한차례 잠시 비를 그으며 노 래를 듣곤 했었다. 그 때가 좋았지, 생각하며 목공소 옆을 지나는데 항상 창틀이나 업소용 난간 등의 부분 제품 만이 널려 있던 가게 앞에 작은 책장이. 그렇지 않아도 내 몸을 내가 만져도 뜨거운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빈 책장을 바라보며 달뜬 교성을 가까스로 참 는다. 요 두 개만 있어도 방바닥에 볼품없이 쌓여있는 책언덕들을 두어 개쯤은 허물 수 있을 터인데. 시리즈와 출판사 별로 나누어서 꽂아 넣는 그 기분이란 상상만 하여도. 이렇게 놓고 보니 사이좋은 오누이 같기도 하고. 책을 이삼.. 더보기
프로젝트 I (가칭) 어젯 밤. 언젠가는 봐야지 생각하면서도 보고 나서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까 두려워 밀고 밀어 놓았던 어떤 다 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퇴직한 아저씨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씩 정리해 나 가는 것이 주요한 내용으로, 세 명의 자녀 중 막내딸이 그 과정과 장례식을 모두 영상으로 담고 살아오며 촬영했 던 홈 비디오 등을 합쳐 편집한 것이다. '손녀들과 놀아주기'나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같은 것은 극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소재였던 탓에 나 는 오히려 좀 담담하게 봤다. 정말 울컥했던 장면은 두 개 정도였는데, 그 중 하나는 주인공이 임종을 앞두고 숨 이 쌕쌕거리는 와중에도 큰아들을 붙잡고 장례식에 불러야 할 사람들을 하나하나 다시 복기하는 장면이었다. 혹 시나 .. 더보기
오랜만의 몽타주 놀이 한여름. 방에 앉아 있자니 선풍기를 쐬든 물에 적신 수건을 걸치고 있든 어떻게 해도 더위를 피할 길이 없길래 해가 지기를 기다려 산책을 나가 보았는데, 아주 밀도가 옅은 온수 속을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휩싸여 있다, 무언가의 안에 들어와 있다, 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무척 뻑뻑해지는 자정 쯤에나 바람 쐬는 겸 해서 다시 나가보기로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면지의 구석에 이런저런 그림을 끼적이며 놀았 다. 개중 웃는 여자와 웃지 않는 여자의 그림 두 장이, 배치의 순서에 따라 몽타주 효과가 달라지는 것 같길래 재 미삼아 올려본다. 1번. 웃는 여자 → 웃지 않는 여자 2번. 웃지 않는 여자 → 웃는 여자 나는 개인적으로 2번, 그러니까 웃지 않는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더보기
'뽀뽀뽀' 종영 지난 2007년 '뽀뽀뽀 아이조아'로 타이틀을 바꾸었던 영유아 프로그램 '뽀뽀뽀'가 내일인 2013년 8월 7일의 아 침, 775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된다. 1981년 5월에 시작되었으니 같은 해 8월에 태어난 나와는 동갑이다. 사람 이라면 요절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는 희수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TV를 통해 시청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내일 종영되나 십 년 후에 종영되나 어차피 안 볼 프로그램이기는 마찬가지이고, 이름만 바뀔 뿐이지 작가도 PD도 그 자리에 남아 포맷만 바뀐 새 영유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겠지만, 그래도 삼십 년이 조금 넘는 인생에서 적어도 5, 6년 이상 매일 아침 접하던 타이틀과 주제가가 영영 사라진다는 것은 확실히 쓸쓸한 일이다.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사.. 더보기
박창주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는 꿈을 꾸었다. 장소는 을씨년스럽고 넓은 황야에 학교와 비슷한 건물이 여러 채 서 있는 곳이었다. 황야 밖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가면 어딘가에 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꿈 속에서는 오직 건물들만이 안전한 곳이라고 여겨졌다. 한 건물에서 나가 다른 건물로 달리는 도중이라든지, 건물 내의 복도에서 꺾어질 때라든지 하는 순간마다 일행 중의 한 명씩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 한 명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인지 모두 알 수 없 었지만, 아무튼 도망치지 않으면 나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사라지고 난 뒤에는 아주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 것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낮부터 시작해서 해가 다 지고 난 뒤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긴 시간 달렸지만 내내 공포로 .. 더보기
강남역 지하도를 걷다가 앗, 샤넬이 세일을 하다니, 선물용으로 사 놓을까, 아니 그런데 샤넬이 왜 세일을 하지 하며 다가가보니 정체는 샤넬이 아니고 샤빌. 샤빌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샤넬로 읽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다시 샤넬로도 보이 는 신통방통 브랜드. 지하 상가 사장님의 재기발랄한 오마쥬일까 싶어 찾아보니 대기업 쌍방울의 브랜드. 그러 고 보니 브랜드 로고의 서체는 어쩐지 신세계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대놓고 표절했다는 혐의는 고소가 무서워 차마 못 가하겠지마는, 아무튼 근래 본 것 중에 아무래도 가장 수상쩍 은 브랜드. 일부러 착시를 노린 기획이었다고 하면 나는 귀엽게 여길 것 같기는 하다. 더보기
여름 길었던 장마가 한차례 그친 대낮, 땀을 뻘뻘 흘리며 책상 앞에 앉아 번역을 하고 있다가 묵혀 두었던 은행 일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기억해야 할 잡무가 많았기 때문에, 뙤약볕 아래를 걷다가 잊지 않도록 오늘의 할 일 목록을 중얼중얼거리면서 집을 나섰다. 한참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대문 앞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려 고 들고 나갔던 사과 찌꺼기는 그대로 손에 있고 은행 카드는 책상 위에 두고 나온 채였다. 오래전의 만화인 '멋 지다! 마사루'에서 주인공 마사루가 맥주병을 신고 걷고 있다가 옆사람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같이 놀라며 신발인 줄 알고 신었다고 외치던 장면이 떠올랐다. 더보기
은행에 가면 빈 봉투도 있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