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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선생님께




현경이 형이 맡은 한문 수업의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들어갔다가, 한 학생으로부터 형에게 전해 달라는 편지를 받았

다. 내 제자도 아닌데 괜스리 뭉클. 며칠새 부쩍 더워진 날씨에 밥 먹기도 귀찮아하며 빈둥빈둥거리고 있었는데, 얼른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수업을 맡아야겠다는 굳은 마음 새삼 든다.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에게서 학생들이 사기에는 조금 비싼 커피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마음이 귀여워 아끼는 마음이
 
들어서 나름으로 애지중지하며 머리맡의 책장에 두고 이따금 쳐다보곤 하다가, 과음한 다음 날의 아침에 손잡히는대

로 무심코 마셔버렸다. 반쯤 들이켰을 때에야 그 커피인 것을 알아차렸고 정신이 깨면 크게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 배출하기 시작한 소변은 끊기 어려운 이치와 같아 모두 마셔버릴 수밖에 없었다. 술이 깬 후에 깨끗이

씻어 빈 병을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두었다. 언젠가 편지를 받게 되면 잘 말아서 꽂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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