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의 새 편지에서 'Clean Daum에서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명예훼손 신고.
신고인은 작년 이맘때쯤 '독서일지' 카테고리 내의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의 독후감을 신고했던 '한국인터넷
선교네트워크'이다. 나는 두 편의 일기를 통해 이 때의 경험을 적어둔 바 있다.
http://chleogh.tistory.com/entry/명예훼손-신고를-당했다
http://chleogh.tistory.com/entry/명예훼손-신고의-결말
두 번째 기사에서 정리해 두었던 이 과정을 다시 한 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이하 선교)에서는 내 기사가 자신들, 혹은 자신들이 대리하고 있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여겨 다음클린센터에 명예훼손 신고를 하였다.
2. 해당 게시물은 즉각 블라인드 처리되고, 포털 Daum으로부터 피신고인인 '나'에게 안내 통지가 온다. 따라서 안내 통지를
받은 '나'는 해당 게시물의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 확인할 수 없다.
3. 이 단계에서 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게시물은 자동 삭제된다.
4. 그러나 객관적 기준을 갖고 독후감을 써 온 나로서는 해당 내용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때문에 해
당 게시물에 대해 복원신청 절차를 진행한다.
5. 이렇게 된 경우 해당 게시물의 명예 훼손 여부는 포털 Daum에서 판단하지 않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넘어간다.
6.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넘어가기 전, 포털 Daum은 신고자에게 '심의대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안내한다. 즉, 당신이 신고한
사항에 대해 피신고인이 납득하지 않고 심의를 받자고 요청하였으니, 신고 사항이 심의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동의하겠느
냐는 안내이다.
7. 그러나 신고자는 심의대리 신청을 접수하지 않았다. 이것은 신고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간주된다.
8. 게시물은 임시로 접근이 금지된 기간인 30일이 지나 다시 복원되었다.
그래서 해당 독후감은 지금도 읽어볼 수 있다. 한 달여동안 블라인드 처리되어 있던 글을 다시 읽어보고는, 정
말 '기독교'라는 글자만 나와도 찔러대는구나, 하는 감상을 지울 수 없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같은 단체로부터
다시 한 번 신고를 당한 것이다. 나는 즉시 복원신청 신고를 준비하였다.
이전에도 온라인으로 신청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온라인으로 접수.
그런데 이전에 신고할 때에는 없던 본인 확인 절차가 생겼다. Daum에 접속하여 내게 온 메일을 읽은 것만으로도
일차적인 본인 확인은 끝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포털에서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된
뒤로 새로이 생겨난 절차라고 한다. 신고는 대리인이 했는데 복원신청은 왜 본인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아
무튼 인증을 해야 한다니 인증을 하기로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 명의로 휴대폰을 만든 뒤로 쭉 그대로
써왔기 때문에 휴대폰 인증은 안 된다. 아이핀의 신규 발급을 누른다. 귀찮음보다는 화가 더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지만 화가 났으니 클릭클릭. 무슨 상품 가입하라는 전화 몇 통 더 오겠구나 생각하면서
도 일단은 클릭클릭.
다시 한 번 이 꼴. 휴대폰 인증이 안 되어서 아이핀 발급 받으러 왔는데 휴대폰으로 인증을 하라니. 한 장 있는
씨티카드는 신용카드 인증의 해당 카드가 아니란다. 은행거래용 공인인증서는 범용 공인인증서로 잡히지 않는
다. 남은 건 대면확인? 아이콘을 보니 얼굴을 맞대고 보면 내가 최대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모양이다. 찾아
보니 서울신용평가원은 마포에 있다. 연희동 살고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오랜만에 치솟은 열불을 가라앉히며 다음클린센터에 전화를 한다. 어떤 질문을 해도, 상담원은 본인확인이 안
되면 신고를 하실 수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기계와 통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다. 하기야 휴대폰 명의가 아버지이고 카드가 씨티카드이고 범용 공인인증서가 없는 채로 살아온 내 인생이 상
담원 아가씨의 탓은 아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복원신청 접수 방법 중 '온라인 접수' 옆에, '메일 또는 팩스/우편 접수'라는 선택항이 있었
다. 그러면 혹시 메일로도 접수 가능한가요, 라고 묻자 상담원이 아, 그러시면 되겠네요, 라고 답한다. 말로만 듣
던 월급 루팡이 여기 있었구나. 도와주실 수 있는 방법이 없으신가요를 내가 몇 번 물어 봤었니.
'메일 또는 팩스/우편 접수'에서는 복원신청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총 3장으로 된 서류를 완성해서 화면에 보이
는 메일 주소로 접수하면 완성. 복원신청서는 분량이 많기 때문에 화면을 캡쳐하지 않았는데 여기도 속터지는
지뢰밭. '복원신청 사유'란에는 '복원신청 사유와 소명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주세요'라고 안내가 달려 있는
데 폰트 8로 다섯 줄 썼더니 꽉 찼다. 궁여지책으로 '복원신청 사유'란을 늘리고 다른 여러 칸들을 조금씩 줄였
다. 서류 작성을 완성한 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려다 보니 자동으로 떠 있는 기본 화일명은 '게시중단요청
서'. 아무튼 다음과 같이 사유를 써서 제출했다.
해당 기사는 제가 운영하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독후감입니다. 독후감의 대상이 된 책은 인기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의 제작자인 김용민 씨가 집필한 것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팟캐스트 제작자로서 느낀 바 등을 나열한 책자입니다.
저는 해당 블로그에 ‘독서일기’라는 카테고리를 개설하여 지난 2년간 총 80여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왔습니다. 특정 카테고리의 도서를 홍보하거나 편향적인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등에 목적이 있지 않고, 독서인의 한 사람으로서 화제가 된 서적들을 접하고 그 감상을 적어두는 데에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당연히 독후감의 내용 또한 책의 제목, 디자인, 내용, 구성, 주장 등을 나누어 차례로 비평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지를 논하는 객관적인 차원에서 작성해 왔습니다.
신고의 대상이 된 <나는 꼼수다 뒷담화>의 독후감의 경우에도, 독서 중 발견한 실제 사례를 인용하며 조악한 제본과 서툰 편집, 그리고 컨텐츠의 빈약성 등을 지적하고, 그러나 ‘나꼼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나꼼수 팬북’이다, 라는 결말을 지어 분명한 객관적 거리감을 확보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용 상에 있어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 스스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단, 신고의 주체인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는 이전에도 제 블로그의 같은 카테고리 내에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라는 서적의 독후감에 대해 동일한 신고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상기와 같은 이유로 복원신청 절차를 밟았고, 신고인은 30일 이내에 심의 과정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지 않아 해당 게시물이 자동으로 복원된 바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해당 단체는 김용민 씨라는 개인의 소개, 혹은 기독교에 대한 일반적 비판, 그리고 그 소개와 비판에 대한 언급 등의 광범위한 내용에 대해 신고를 함으로써 일차적으로는 일정 기간이나마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이어지는 신고, 복원신청, 심의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블로거 개개인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극적으로 심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신고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 또한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에 저는 위와 같은 사유로 해당 게시물의 조속한 복원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나는 이번에도 한 달을 기다렸다가 자동으로 회복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 '불편함'과 '위축되는 기분'이 신고
의 주요한 목적일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회원수 1483명의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한국인터
넷선교네트워크'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 큰 명성을 획득하고 있는 단체였다. 언젠가 여기를 공부해서 일기를 써
보리라 다짐하고, 오늘은 일단 해당 단체에 대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의 기사 한 편씩을 소개하며 마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1145.html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47&aid=0001984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