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 중인 연세대학교의 중앙 도서관은 구 도서관과 신 도서관의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내가
주로 찾는 곳은 인문 도서가 있는 구 도서관 2층과 사회-예술 도서가 있는 구 도서관 3층이다.
2층과 3층은 내부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때문에 2층에 있다가 3층의 도서를 찾고 싶을 때, 굳이 2층의 출입
구로 다시 나가 3층의 출입구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없다. 내부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는 대체로 대출할
도서의 위치를 미리 검색해둔 뒤, 2층의 출입구로 들어가 내부의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3층의 출입구로 빠져나오
는 동선을 짠다.
그런데 계절에 따라 여덟 시에서 열 시 정도까지 개방하는 2층 출입구와 달리, 3층 출입구는 언제나 저녁 나절이
면 봉쇄가 된다. 봉쇄가 되고 나면 3층에서 일이 다 끝났어도 내부의 계단을 통해 다시 2층으로 내려가 2층 출입
구로 빠져나가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커다란 수고가 드는 일이 아니라 그저 시
키는 대로 따라왔다.
어제의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2층에서 출발해 3층에서 볼일을 마친 나는 3층의 출입구로 빠져나가려 했는
데, 3층의 출입구가 닫혀 있었다. 책을 찾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는 내부의 계단을 통해
한 층을 내려가 2층의 출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2층의 출입구도 닫혀 있었다. 깜짝 놀라, 2층이 닫힐 정도로 시간이 지났나, 혹 나만 갇혔나, 하고 두리번
두리번거려 보니, 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좌석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눈을 크게 깜빡깜빡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서 있는 곳은 2층이 아니고 3층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아마도 큭큭거리며 열중해서 듣고 있던
팟캐스트 탓이 아닐까 싶어 이어폰을 빼고, 정신 팔고 다니지 말자 대호야,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내부의 계
단을 통해 2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2층의 출입구라고 생각한 곳은 또 잠겨 있었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3층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
했다. 이번에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한 차례 더 같은 일이 반복되면 상황이 내 판단력과 통제권을 벗어날 것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일단 우뚝 서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똑같은 방식을 다시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부의 계단 옆에 서서 다른 학생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래지 않아 연인으로 보이는 어린 두 학생이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계단을 통해 내려갔고,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이번에는 2층으로 내려와, 열려있는 출입구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옷
을 벗다 보니, 속에 입은 티셔츠가 흠뻑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