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지 봐야지 벼르던 <박쥐>를 봤다. 관람 전 읽었던 한 블로거의 글처럼, 장면장면에 들어간 공력
, 혹은 재력 (꽤나 돈 들어간 것 같은 몇몇 장면의 카메라 워크에는 정말 놀랐다.)은 이전의 영화들과
비교해 크게 인상적인 수준이었지만 '박찬욱 특유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에는 지루해서 하품이 다
나왔다. 전작들을 그 해마다의 베스트 5에 항상 넣어 왔던 팬이기도 하고, 영화가 시작하며 cj enter
tainment 뒤에 장엄하게 뜨는 universal 로고에 한편으로 감격하며 달뜨게 시작한 관람인데 별 특징
없는 스탭 롤이 끝난 후에는 지희와 미간을 찌푸리며 나왔다.
언론에서 떡밥 식으로 던지는 '짙은 정사 신'이나 '잔혹한 흡혈 신', 혹은 '송강호의 성기 노출'등은
정작 큰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상징과 오마쥬까지는 박식하며 성공한 헐리우드
키드의 자기만족이라 용납하여도, 적어도 한국의 주연배우들과 스탭으로 촬영하고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하는 한 영화의 감독으로서, 직선적이고 명쾌한 스토리텔링에의 한국 관객의 유난스런 집착과
이 정도로 거리가 있는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다면 몇 차례의 수상에서 획득된
'거장'이라는 칭호는 반납함이 마땅하고, 만약 의도한 것이라면 '불온'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일단
은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에 내용이 언급될 수 있는 구체적인 불만일랑은 이후로 미룬다. universal
자본이 들어갔으니 곧 해외에서도 제대로 개봉하겠지. 받아들여질까, 아닐까. 정말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