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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통장에





돈이 새벽녘 첫 눈만큼 쌓였다. 해만 뜨면 이삼분 내에 녹아버릴 양이지만, 그래도 등록금 등과 같이 특정한 목적이 있

는 목돈을 잠시 담아두던 경우를 제하면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꽤 오랜 기간 그 달에 다 써버릴 만큼의 돈만을

벌며 살아왔기 때문에 큰 욕심 없이 지낼 수 있었는데, 쌓인 모양새를 보니 더 쌓아놓고도 싶고 쌓아놓은 걸 굴려보고

도 싶은 간사스런 마음이 든다. 역시, 군자가 되는 것보다는 소인이 될 환경을 만들지 않는 편이 훨씬 쉽다. 날만 따뜻

했더라면 오토바이 좋은 거 한 대 사서 탕진해 버렸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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