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구기동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간에 갈아타는 곳인 불광 역의 재래 시장에서 장갑을 샀다.
남자 치고는 커녕 영장류 치고도 손이 작은 편인 나는 딱 맞는 장갑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편인데,
바람이 갑자기 불기 시작해 별 생각없이 색깔만 보고 빨리 집어든 장갑이 의외로 손에 딱 맞아 좀 놀
랐다. 버스를 기다리며 찬찬히 살펴보니, 히말라야(의 근처)에 올라갈 때 너무 추워 부랴부랴 샀던 장
갑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갑은 추운 산길에 꽤나 의지가 되었지만, 같이 갔던
셸파가 자기 물건을 히말라야에 묻으면 히말라야의 신령 비슷한 이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당
시 소지하고 있던 물건 중 가장 싼 것이었다는 이유로 며칠만에 이별을 하고 말았다. 후에 캘커타
에 가서 셸파들이 사람들이 묻은 물건을 다시 파내어 여행객들에게 되팔기 위해 그런 이야기들을 지
어 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고된 인도여행 길 중 모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일기장 > 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보 문고 (0) | 2009.12.03 |
---|---|
론리 플래닛 <인도> 2010년 판 (1) | 2009.12.03 |
7022번 버스 (1) | 2009.12.03 |
석사 4학기, 일상. (0) | 2009.12.02 |
11월의 마지막 날 (0) | 2009.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