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원의 수업을 듣는다. 오후 2시부터 4시 45분까지 하나, 잠시 쉬었다가 6시 반부터 9시까지 하나, 이렇
게 다섯 시간 쯤을 월요일과 금요일 두 번 듣는다.
생계를 위해 교실에는 늘 있어 왔으되 칠판을 바라보고 앉는 것은 못해도 2년여 만의 일이다. 저쪽과 이쪽을 가
르는 것은 작게는 단지 쳐다보는 방향일 뿐인데 마음에는 전에 없던 여러가지 갈래가 생긴다. 책 아래 숨겨둔 스
마트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놀린다든지, 선생님 말씀 중에 좀 듣기 싫거나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위와 같은 낙서를 하고 있다든지, 수업 중에는 필요한 부분만 적당히 필기하다가 시험 범위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빛내며 쓰고 있다든지. 모두, 내가 강단에 서 있을 때라면 눈에 걸리는 즉시 일갈을 날리던 짓들이
다. 마음이란 이렇게 간사한 것인가. 변신이 무쌍하다.
강의를 할 때엔 한두 시간 밖에 못 잔 날이라도 70분, 8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다가 종이 치고서야 얘들아
중요한 얘기니까 1분만 더 앉아 있어봐, 하고 말하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앉아서 듣고 있자니 여덟 시간을 자고
가는 날도 삼십 분이 지나면 좀이 쑤시고, 끝나기가 몇 분 안 남았는데 새로운 파트의 진도를 나가는 선생님께는
원망스런 눈빛을 감추기가 어렵다.
고전번역원도 교육기관이라 학기마다 시험이 있고, 일정 등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낙제가 있다. 다시 들이기에
반 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 일단은 시험 때마다 한자를 외우고 뜻을 외우고 하는 데 치우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에 들을 때에는 배우는 내용과 당장의 내 삶에 하나라도 접점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며 다니려고 한
다. 과목은 맹자와 시경, 고문진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