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아닌 사람으로부터 미역국을 받았다. 스무 살 이후로는 집에서 생일을 보낸 적이 거의 없
고, 또 생일 앞뒤로 해서 고향인 인천을 찾는다 하여도 미역국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 탓에 엄마도 잘 끓이
지 않는 편이라, 생일날 미역국을 받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다. 일기에 나만의 기쁜 일, 독자는 공감하거
나 재미있어 할 수 없는 일을 적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려 하지만, 서른 넘어서는 정말 몇 번 없었던, 태어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라 시치미 떼고 다른 일기들 사이로 슥 끼워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