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 지역에서 해결을 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승상인 병
길(邴吉)이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일찍이 듣자 하니 늙은 사람의 아들은 그림자가 없고 또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를 한 번 시험해 보
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여 그 말대로 시행해 보기로 했다. 때는 8월이었는데, 그 아이와 똑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를 데려다가 함
께 옷을 홀랑 벗겨 놓으니, 그 아이만 혼자서 춥다며 울었다. 또 두 아이를 함께 햇볕 아래 걷게 해 보니 이 아이
만 그림자가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탄복하였다.
철학자 방이지(方以智)는 말하였다.
“사람의 불알 아래쪽에 있는 힘줄을 영(影)이라 한다. 늙은 사람의 아들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러나 이것은 잘못 전해진 이야기이다. 원래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늙어서 불알 밑의 힘줄 영(影)이 없다는 것으
로, 정력(精力)이 매우 쇠퇴한 것을 가리킨다. 이 영(影)을 그림자 영(影)자로 해석하여 이런 잘못된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노인 중에도 젊은 사람보다 정력이 강한 사람이 있고, 불알의 힘줄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
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 말은 그럴 듯하기는 하나 실은 잘못된 이야기이다.”
하고, 또 말하기를,
“어떤 이는 ‘노인이 낳은 아이는 한 살 때에는 그림자가 매우 흐릿하여 분명치 않다가도, 커서 혈기(血氣)가 왕성
해지면 보통 사람처럼 그림자가 짙어진다.’고 한다.”
라고 하였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실린 글을 현대에 맞게 의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