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싫어서 고래를 그려 보았다. 확실히, 인도에서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던 때보다는 선이 마음대로 나아
가지 않는다. 적어도 오랜만에 연필을 쥐었다는 것 정도로 자위하고 넘어간다.
다큐멘터리 등에서 치타나 재규어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볼 때가 있다. 온 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오직 달리기라는 하나의 행위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한 매커니즘이 펼쳐질 때면, 곧 선혈이 낭자할 것
을 알면서도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그건 뭐랄까, 진화론적인 아름다움이라 그리 감동이 느껴지
지 않는다. 의지를 가진 창조주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곧 종교적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코끼리나 고래와
같이 거대한 낭비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살아가는 동물을 볼 때이다. 나는 신이 있다면, 무척이나 우아하면서
도 유머러스한 이일 것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코끼리의 코와 귀의 조합이나, 고래의 등혹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곡선은 정말이지 세계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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