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그림은 클림트 특유의 금이 채색된 <키스>와 동명의 스케치이다. <키스>는 비
교적 그리기가 쉬운데다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아 보이기도 하는 덕에 여러 장을 그렸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그림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다른 그림들은 딱 한 장만을 그렸기 때문에 넉넉히 복사를 해 두
었다가 혹 봐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선물하곤 했지만 <키스>는 워낙 여러 장이 있던 탓에 가장 좋
아 보이는 원본을 서슴없이 건넸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이 사진을 찍은, 한지에 붓펜으로 그려
본 그림 한 장. 색다른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시도해 봤지만 남들이 안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만 뼈
저리게 깨닫고 스케치북 구석에 박아두고는 잊고 있던 덕분에 2년여가 지난 오늘날에 출토된 것이다. 선도 어딘
가 어색하지만, 이 그림은 특히 여성의 어깨가 지나치게 내려와 있어 보기에 안타깝다. 잘 관찰해 보면, 내가 그
린 <키스>의 연인들이 실제로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입술을 어지간히 흉하게 잡아빼지 않고서는 불가능
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문어주둥이 꼴이 됐겠지. 미안하네.
이 그림에는 상체밖에 안 나왔지만 <다나에>나 <레다>등에서 클림트가 표현해 내는 여성의 허벅지는 환상적
이다. 앵그르의 이상적-표준적 곡선은 절대로 줄 수 없는 엑스터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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