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김찬호 씨의 이력을 보니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이다. 사회발언을 활발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성
공회대에 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찌된 일일까? 관련된 사람을 만나면 물어봐야 하겠다.
저자의 다른 책들을 보니 <사회를 보는 논리>나 <도시는 미디어다>, <휴대폰이 말한다>와 같이 그 내용을 대
강 추론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돈의 인문학>은, 내용과 관련 없이 인문학이라는 용어의 시류
에 편승한 것은 아닐까 하는 혐의가 짙게 든다. 추천받은 책이라 읽었다.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한 챕터 한 챕터는 재미있는데 일관된 기획의도나 편집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다. 본래 <한겨레21>에 연재되던 글을 묶어서 낸 책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본 바, 제목의 '인문학'이라는 용어가 지시하고 있었던 것은 결국 돈의 용도, 폐해, 폐해에서 벗어나는
법 등에 관한 것이었다.
거기에 원론적 해석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정감이나 자기 수양 등에 근거한 해석 또한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라
는 저자의 시각이 돈에 관한 책이 수없이 많은데도 이 책을 따로 묶어서 내게 한 차별점인 것 같다.
예시로 들어지는 일화들은 비록 가상의 것이지만 정말로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일들이며, 설명을 돕기 위해 인
용되는 영화, 문학작품의 양과 적확성이 다소 보편적일 수 있는 주장들에 힘을 싣는다. 대중을 상대로 한 인문
서적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라면, 위에서도 썼듯이 이 책을 꿰뚫고 있는 것은 작가의 '시각'이지 하나의 '주장'이 아니라
는 점이다. 한 편 한 편이 읽기도 쉽고 문장이 재미있으며 새로운 정보도 가져다 주는 한 편, 반드시 한 권을 통
째로 읽어야 할 필요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기왕의 글을 묶어서 낸 책이라 하더라도, 새로 책으로
낼 때에는 한 권으로서 보다 완결성을 갖도록 기획해 주었더라면, 하는 것이 아쉽다. 독서에 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고 자기 잔에 한 챕터씩 읽는 것을 낙으로 삼는 이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아 좋을 수도 있겠다. 반
드시 읽어볼 책은 아니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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