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외솔관으로 가는 길에, 입에 무언가를 물고 가는 고양이를 만났다. 참새라도 잡았나, 생각하다가 가
까이 가서 보니, 고운 황갈빛의 새끼가 어미의 입에 목덜미를 맡긴 채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새끼의 몸은 어미의 걸음걸이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팽글팽글 돌았는데, 한 순간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
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어쩐지 생명의 정체를 들여다 본 노승의 눈빛에 쏘인 듯하여 가슴이 덜컥했다.
십여 년 재학 중에 처음보는 광경이라 무척이나 신기해 하다가, 외솔관에서 볼일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새끼를 나르는 모습과 다시 마주쳤다. 며칠 전의 갑작스런 폭우에도 잘 살아남았구나, 하고 괜스리 엄
숙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