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크기의 캔버스를 새로 여섯 장 주문했다. 둥둥 두들겨보니 재미있는 소리가 난다. 오래 전부터 그리고 싶었던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마이크 와조스키'를 그렸다. 첫번째는 원작의 색에 가까운 녹색 계열로.
두번째는 푸른색 계열로.
그림도 레고와 비슷하다. 따로 하나만 있을 때보다는 여러 개를 같이 놓았을 때 더 보기 좋다.
에랏 앉은 김에, 하고 남은 파란색 계열 물감들을 모두 섞었다. 남은 물감이라는 것은 새로 산 물감 세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샀던 색칠공부 놀이에 함께 따라온, 작은 플라스틱 병에 색깔 별로 담긴 물감을 말하는 것이다. 이걸 얼른 다 써야 새 물감을 쓰짓, 하고. 섞어놓고 보니 어릴 적에 갖고 놀던 얌체공이 떠오른다. 100원짜리 얌체공은 단색이지만 200원 이상 하는 것 중에는 저런 무늬가 많았다.
세번째 그림은 두번째 그림과 같은 것으로. 그리기도 칠하기도 쉬워서 재미있었다. 여러 색을 섞었더니 두번째 그림보다는 탁한 색이 나왔는데, 옛날 포스터 같은 느낌이 나서 오히려 더 좋았다.
남은 물감을 과하게 많이 섞은 것인지 세번째 그림을 다 칠하고 나서도 한참이 남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그린 네번째 그림. 하얀 여백을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설리'의 실루엣으로 사용한 원화를 본 적이 있다. 기억을 되살려 따라 그려보았다. 외곽라인만 잽싸게 슥슥 그리고 섞어놓은 물감이 마를세라 얼른 칠하는 바람에 이 그림은 과정사진이 없다.
적게는 한 색, 많아봐야 세 색을 쓴 그림들이라 한두 시간 만에 뚝딱 나온 그림 네 점. 특히 오른쪽 두 그림은 무척 만족스럽고 또 볼 때마다 재미있는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도 한 색깔의 물감이 많이 남거나 하면 종종 그려볼 생각이다. 위의 사진화일을 본 사람들의 평가도 오른쪽 두 그림이 더 좋았다.
계속해서 무광 배니쉬로 마감을 해 오다가 이번에는 유광 배니쉬에 한 번 도전을 해봤다. 기대치가 컸던 것인지, 아니면 비교할 만한 무광 배니쉬 마감 그림이 없었던 탓인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튼 새로 산 큰 붓으로 마감도 썩썩 빨리 끝났다.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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