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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

110719, <똘똘이 스머프>





그의 원래 이름은 Braniy Smurf. 번역 이름이 더 마음에 꽂히는 희귀한 사례이다.


스머프 사회가 소비에트 연방을 본따 만들어졌다는 설은 수많은 음모론 가운데 비교적 힘 있는 설득력을 갖추

고 있는
편에 속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 수염이 인상적인 파파 스머프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자 최고의 권

위자인 마르크스
를 상징하는 한편, 둥글고 큰 안경으로 '지식'의 이미지가 잘 형상화된 똘똘이 스머프는 레온

트로츠키를 나타낸다고
한다. 사진을 검색해 보면 실제로도 무척 닮았다.


스머프를 보고 자란 동년배들 가운데 허영이나 타잔과 같은 마이너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술회하는 것은 드

물지만
접한 바가 있다. 그러나 똘똘이 스머프를 좋아했노라고 고백하는 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대

체로 거의 모
든 일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스머프 마을에서 유일하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캐릭터이

고, 자신과 관련되
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지식을 뽐낼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끼어드는 모습 등이 화합,

단결, 겸손, 복종 등의 가
치의 내면화를 암묵적으로 요구받았던 우리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

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학생
인권 조례안 시행 후 학교를 다닌 세대라든가, 혹은 북유럽의 몇몇 나라에서와

같이 교육에 있어 창의적인 사고가 진
짜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자란 이들 등에게서는 똘똘이 스머프에 대해 다

른 평가가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실제로 똘똘
이 스머프를 '혁명가(revolutionist)', 또는 '진보주의자(a progress

ive)'로 보는 영문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근래 똘똘이 스머프를 좋아하는 괴짜를 알게 됐다. 마침 이번 달 해피밀의 장난감이 스머프이길래 가져다 주려

고 일부
러 들렀더니만, 파파 스머프나 스머페트와 같은 수퍼 스타들도 재고가 있는 마당에 의외로 똘똘이 스머

프가 일찌감치
품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과 인천에 걸쳐 생각날 때마다 맥도날드를 세 군데나 들러

봤지만 상황은 모두 같
았다. 내가 가졌던 의문과 같이 시대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인기가 없을까봐 애당초 물

량이 적었던 것일까. 아무튼 실
물을 끝내 구하지 못하여 그림으로나마 그려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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