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일거리는 아침 일곱 시 전 출근. 새벽 여섯 시에 샤워를 하고 나와 잠시만 있어도 몸에 맺힌 것이 덜 닦은
물인지 새로 난 땀인지 모를 지경이었던 지난 주와는 달리, 하늘 한구석에 어둑어둑한 자락이 아직 남아있기도
한 이번 주의 아침이다. 일터까지는 버스를 세 대 갈아타는데, 가장 오래 타는 370번은 종점에서 타느라 항상 자
리가 있다. 빼앗길 걱정 적은 뒤쪽 자리에 편하게 앉아 차창으로 조금씩 강해지는 햇발을 피해가며 제주도에서
온 한라봉을 먹는다. 오늘은 목요일. 앗차 하고 까먹었던 하루를 빼고는 매일 아침 챙겨 먹어 세 개를 먹었는데,
세 번 다 과즙이 흰 티셔츠에 뚝뚝 떨어진 것을 나중에야 발견할 정도로 넋 놓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