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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춤추는 만돌린




얼마 전 가회동에 갔던 날, 약속보다 일찍 도착한 참에 오랜만에 낙원상가엘 들어가 보았다. 주인보다 익숙한 손놀림

으로 기타를 매만지는 말총머리 형들, 상기된 얼굴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젊은 밴드들을 보면서 생기가 느껴져 아

주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찾고 있었던 것은 만돌린. 베니스의 곤돌라 등과 같이, 이탈리아에 대한 피상적 동경 탓도 있

었지만 우쿨렐레나 밴조보다 음색이 풍부하고 깊다고 여겨져 언젠가는 두어 곡쯤 마스터하고 싶은 악기였다. 보급형

이 25-35만원으로 각오하던 것보다는 괜찮은 값이라고 생각해 악기상 분께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았는데, 현악기들 중
 
각별히 매력적인 음색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는 악보를 구하기가 어려워 기타를 잘 치시는 분들이 스

스로 기타 악보를 변형하여 치는 수밖에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우쿨렐레로 칠 수 있는 것도 기껏해야 댓 곡 안팎이라

갈 길이 주야장천이고, 생각보다 싸다곤 하더라도 어차피 당장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절로 엄지손가

락 빨게 됐다. 아까워라.


돌아다니던 중 '춤추는 만돌린'이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나중에 극본이나 수필 제목으로 써먹어야겠다 신나서 수첩을

꺼내다가, '춤추는 탬버린'때문에 연상됐구나, 하고 혀를 찼다. 아까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