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쭉 읽어오신 분이라면 잘 알고 있을 내용이다. <독서일지> 카테고리에 독후감을 올리면, 인터넷 서
점 반디앤루니스에서 포털 DAUM과 함께 매 주마다 열 편씩을 뽑아 게시하고 부상을 주는 '반디 앤 뷰 어워드'에
이따금 선정될 때가 있다. 부상은 반디앤루니스의 적립금 형태로 지급받게 되는데, 5만 원인 1등은 한 차례 뿐이
었고, 그 외의 횟수에는 2등부터 10등까지 균일하게 주는 5천 원을 받았다. 그간 받은 적립금을 더하면 십만 원
가량이 된다. 액수로만 보자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마음먹으면 지갑에서 꺼낼 수 없는 액수도 아니다. 하지만 그
십만 원의 과정은 정말이지 뛸듯이 기쁜 한 번 한 번이었다. 상 받을 일은 둘째치고 입발린 칭찬이라도 듣기가
어려워진 서른 이후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에디터 선생님으로부터 또 한 번의 기쁜 메일이 왔다. 반디앤루니스에서는 '오늘
의 책'이라고 하여, 매일 하나의 리뷰를 선정해 사이트와 블로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게시하고 메일링을 신
청한 회원에게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거기에 내 독후감 중 <유혹하는 자전거> 편을 싣고 싶다는 내용이었
다.
이전에도 몇 차례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참에 '오늘의 책' 서비스를 자세히 읽어봤다. 비평의 대상이 되는 책도
깊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에 대한 독후감도 단순한 해제 차원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녹여낸 좋
은 글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내 <유혹하는 자전거> 편은, 평상시 접해오던 류의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블로
그에 올린 독후감 중에서도 유난히 깊이가 없는 축이었다. 구성과 내용을 소개하고 장단점을 간단하게 언급하였
을 뿐인데, 왜 하필 이 글이 뽑혔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에디터 선생님께서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 뽑으셨겠지 싶어 본문을 갈무리해 메일로 보냈다.
문제는 프로필이었다. '오늘의 책'은 리뷰나 독후감을 소개한 뒤 맨 끝에 '오늘의 책을 리뷰한 000님은' 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그 뒤에 리뷰, 독후감을 쓴 필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프로필을 올려 주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의 책을 리뷰한 최대호 님은' 누구인지 내 손으로 써야 하는 것이다.
다른 책의 독후감이었더라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처럼 평소 자주 읽고 있
는 분야의 책이었다면 그 책의 성격에 어울리는 내 소개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도 자전거거니
와 디자인에 관한 책이기도 했던 <유혹하는 자전거>라면, 무엇을 엮어서 쓰든 대체로 거짓말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 할 것임은 불보듯 뻔했다. 머리를 싸쥐며 고민을 하다가, 자아와 인생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준엄한 꾸짖음을 내리던 스스로의 육성이 환청처럼 떠올라 헛웃음과 함께 경미한 두통이 났다.
결국 딱히 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나, 읽어보니, 성별, 나이, 출신 지역, 직업 등을 적어 놓은 정직한
소개도 있었고, 뛰어난 독후감에 비해 지나치게 겸손하여 오히려 눈쌀이 찌푸려지는 소개도 있었다. 일본 소설
의 한 구절처럼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개도 있었고, 아주 가끔이지만 대문학가의 묘비에 적
혀있을 것 같은 위무당당한 소개도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두 줄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후감을 썼던 시간보다 아마도 더 긴 시간을 보내며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한 여자의 남자입니다' 같은 저질
의 아이디어만을 떠올리던 나는, 결국 독후감의 본문 중 '이 책이 비싸기 때문에 나는 중고서점에 잠복 들어간다'
고 썼던 결말부에서 힌트를 얻어, '사실 아직도 이 책을 못 샀습니다.'라고 썼다.
업데이트 1. 해당 기사는 5월 16일 '오늘의 책'에 소개되었다. 주소를 첨부한다.
http://www.bandinlunis.com/front/display/recommendToday.do?todayYear=2013&todayMonth=5&todayDay=16
업데이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