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잠바를 입고 나가도 오르막이 아니면 땀이 나지 않고 몇 달째 전기장판에 불 넣고 잠자리에 드는 사월 말.
첫 모기가 나다닐거면 춥지나 말든지. 잠귀가 몹시 밝은 터라 피곤한데도 깨어 버린 분함에 형광등을 다시 켜고
침대가에 걸터 앉았는데,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범인은 손 뻗으면 닿는 벽에 오도카니 앉아 있다. 앉은 자리에서
십여 마리는 거뜬히 잡아대던 지난 여름의 모기 사냥 기술은 간데 없고, 사장님 훈화 말씀에 치는 박수처럼 열없
게 느릿느릿 양 손을 척 맞붙였는데 거기에 덜컥 걸려들었다. 손바닥을 펴서 다잉메시지를 바라보며, 봐라, 남들
나올 때 나오지 그랬니, 모난 돌이 정 맞는단다, 하고 복수의 완성을 즐기다가, 맨 처음 나온 놈이 무슨 백이 있
고 선배가 있어서 그걸 배웠겠나, 하고 갑작스런 감상에 젖는다. 창 밖에서 사자(死者)의 친구들이 보았다면 지
랄이 풍년이라고 비웃었을 초봄밤의 촌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