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약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나오는 첫 번째 골목. 칠팔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연극을 올
리기 위해 스폰서를 떼러 다닐 때 얼굴만 들이밀면 오만 원씩 턱턱 내어 주던 단골집들이 있던 골
목이라 다른 골목에 비해 각별한 곳인데, 그간 못 보던 괴상한 장식이 근래 붙었다. 뭘 벤치마킹한
것인지, 낮에 지저분한 형광색이 처부덕처부덕한 것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밤에 조명을 받아도 영
분위기 안 사는 것을 보면 아무튼 전시 효과는 물론 광고 효과도 없는 것 같다. 곧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장면이라 여겨 새벽에 굳이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