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들 시간이 맞아 함께 간 학교 농구장. 제목은 슬램덩크지만 실제 게임 내용은 독거노인 복
지활동에 가까웠다. 제대하고 처음 농구공을 잡은 나는 실제 경기보다 타임을 부르고 교대를 요청하
기에 더 바빴다. 국문과 대학원의 대다수가 여학생인지라 남녀가 함께 시합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러나 실제로 승부는 대등하거나 여성 팀이 우월하였다. 비웃는 당신이 있다면 북산
급의 이 팀을 경험해 보시라. 특히 센터부터 가드까지 전방위로 활약하며 와중 수준 급의 도발 및
유머까지 행하는 괴물 플레이어 문순희를 상대했다면, 논문 집필일랑은 한 학기 미루는 것이 좋겠다.
격심하게 체력을 소진한 나도 덕분에 경기 후 민추에서 앉은 채로 두시간 반 스트레이트 숙면을 경험
하였다. 촌음을 잘라서라도 놀 건 놀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만든, 즐거웠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