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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3

전기 자전거

 

 

 

책과 레고, 그리고 자가 부동산을 제하고는 큰 돈이 생긴다 하더라도 딱히 사고싶은 것이 없는 무소유 삶에, 지

 

난 반 년 간 그나마 눈독을 들인 물건이 있다면 전기자전거를 꼽을 수 있겠다. 에코 어스를 위한 마음이라기보다

 

는, 숨어서라도 오토바이를 탔다간 경을 칠 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대체용 탈것을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눈이 미

 

친 것이다.

 

 

 

첫번째 위시리스트는, 한 차례라도 전기 자전거에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단박에 첫사랑에 빠져버렸을 만도의

 

'풋루스'.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큰 돈을 주었다는 차체 디자인은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 단순하고 세련되어

 

눈길을 잡아끈다. 체인이 없는 것도 깔끔한 인상에 한 몫 하는 요소이다. 이 디자인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세

 

적 디자인 대회에서 몇 차례나 우승한 이력이 있다. 

 

 

 

개발업체인 만도가 본래는 자동차 부품회사라는 점에서 구동의 체계에 괜한 믿음이 가는 것도 사랑의 눈길에 한

 

단단히 한다. 시승 영상을 보면 운행이 대단히 부드러운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검색해 보니, 2009년 지식경

 

제부의 정책연구개발과제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은 바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가격. 현금결제로 한다고 해도 400만원 이하인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400만원이면 -어차

 

피 사도 못 타지만- 내 개인적인 드림 스쿠터들 중 가장 비싼 물건을 사고도 한참 남는 가격이다. 전기세가 유지

 

비의 전부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언제 투자금을 뽑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추가로, 배터리가 모두 방전될 시에는 더이상 자전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페달을 돌려도 운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참 신나게 달리다가 배터리가 다 닳아버리면 20kg이 훌쩍 넘는 고철을 울면서 끌고 가야한

 

다. 배터리를 끝까지 충전하면 4-50km를 달릴 수 있다고 하니, 그 이상이 되면 자전거로 움직일 일이 없는 나같

 

은 사람에게야 큰 디메리트는 아니지만, 아무튼 자전거가 자전거가 안 되는 순간이 오는 자전거라면 문제가 있

 

겠다. (예쁘고 신기한 탓에 도난사고가 잦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것이 국내 자전거 회사인 알톤의 '이스타 26'. 알톤이라면 삼천리밖에 모르는 나도 오다가다

 

몇 번쯤 들어본 이름이다.

 

 

 

시종일관 전기로 구동되어 전기 스쿠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 만도 풋루스와 달리, 이스타 26은

 

페달을 밟을 때에만 전기모터가 작동하여 운행을 '도와주는' 자전거이다. 개조를 통해 풋루스처럼 내내 전기로

 

동할 수도 있지만, 일단 시판되는 제품은 모터에 달린 센서가 현재 속도와 지면 경사 등을 계산해 출력을 낸다

 

한다. 단 이 출력의 강도를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조절할 수는 있다. 페달을 안 밟으면 안 나가는 것은 어느 단

 

계에서나 동일하만, 출력을 6단계로 맞춰 놓으면 적은 힘을 들이고도 빨리 달릴 수 있다. 전기 모터로 낼 수

 

있는 속력은 법규상 25km/h인데, 내리막길이거나 본인이 힘차게 페달을 돌리고 있는 상태라면 30km/h까지도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자전거 커뮤니티 등에 가 보면, 힘들게 주행하고 있는 고가의 자전거들 사이로 씽 하고

 

지나가 버리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질투 어린 비난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운행을 도와 주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어느 정도의 운동효과는 반드시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큰 장

 

점. 특히 자전거 운동에의 의지를 쉽게 꺾게 되는 급경사 오르막에서도 거의 20km에 가까운 속도로 슝 하고 올

 

라갈 수 있다는 소개에는 마음이 확 끌린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기존에 200만원 언저리에서 형성되어 있던 전기 자전거의 가격을 100만원 언저리까지

 

췄다는 것이다. 소비자 정가는 116만원이지만 현금거래 시에는 100만원 쯤으로 살 수 있는 것 같다. 기왕부터

 

자전거 점포를 운영해 오던 자전거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에 A/S가 쉽고 빠르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라

 

고 할 수 있겠다. 충전에 필요한 한 달 전기세가 1000원 안짝이라는 기사가 하나 있기는 한데, 어떻게 측정한 것

 

인지가 나와있지 않아 마냥 믿을 수는 없다. 그 정도로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좋겠다.

 

 

 

얼마 안 있으면 디자인과 배터리 용량을 개선한 2013년 형이 새로 출시된다는 루머가 있다. 어차피 당장은 살

 

돈도 없고 사봐야 추워서 타고다닐 엄두도 안 나고 하니,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모으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다.

 

 

 

 

 

 

 

 

 

 

 

 

배색은 위위의 사진처럼 검은색 차체에 빨간색 혹은 주황색 배터리이거나, 흰색 차체에 빨간색 혹은 하늘색 배

 

리이다. 각각의 맛이 있긴 하지만, 만약 사게 된다면 이제는 애원해도 볼 수 없는 드림 스쿠터 중 한 대를 추억

 

며 검은색과 빨간색의 조합을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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