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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4

저는 잘 지냅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서울의 한강 이남에서 제야의 밤도 보내보고. 꿈자리가 사나운 것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나랏님의 정책 따라 밥줄도 오명가명 하지마는. 그래도 살아서 뜨신 바닥에 엉덩이 지져가며 맛있는 거 먹고 있

 

으니 잘 살고 있 못하다는 말을 할 도리가 없다. 그런 고로 이 블로그에서는 참으로 드물디 드문 먹부림 사진

 

으로 새해 안부와 근황을 함께 전한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고구마를 사다가 쪄 먹는다. 추사랑처럼 변비에 걸리면 곤란하므로 김치와 함께 먹는다.

 

 

 

 

 

 

 

 

누가 만들었는지 아무튼 지옥행 급행열차의 1등석은 따 놓은 당상인 햄버거도 먹는다. 감자튀김과 베이컨, 치즈

 

가 패티이고 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닭튀김이 차고 앉았다. 먹고 있으면서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말로만 듣던 이마트 피자도 사 먹어 본다. 생애 첫 시카고 피자가 이마트 피자인 것은 아쉽다고 생각하였는데,

 

먹어보니 낙원이 따로 없다. 이마트에서는 연말과 연초 시즌을 맞아 피자 코너에서 가장 고가인 시카고 피자를

 

사면 만이천오백 원의 닭 한 바구니를 칠천오백 원에 준다. 사지 않을 요량이 없어 함께 계산하면서도, 이마트

 

당신들, 먼 미래의 언젠가는 지금의 담배 회사들 당하듯 소송 잔뜩 걸릴거야, 라고 생각한다.

 

 

 

 

 

 

 

 

추운 날씨에 들고 돌아다니니 피자는 식고 만다. 팬에 올려 데웠더니 도우가 바삭해져 쾌락과 죄책감은 동반상

 

승을 했다. 이렇게 맛있는 이마트 시카고 피자가 부디 가장 맛없는 시카고 피자이기를, 하고 기도를 하며 계속

 

먹는다.

 

 

 

 

 

 

 

 

계란과 찬물은 맛있는 김치부침개의 핵심. 이라지만 실은 부침개 가루야말로 맛있는 김치부침개의 핵심.

 

 

 

 

 

 

 

 

인천의 본가에서의 망년회를 마치고 상경하는 길에 부모님이 손에 들려준 소래포구 새우튀김. 기름을 두르지 않

 

고 중불에 가볍게 볶아 먹으면 아주아주 참된 새우깡의 맛이 난다. 새우깡의 개발자에게 경탄심과 짜증이 동시

 

에 나는 순간이다.  

 

 

 

 

 

 

 

 

반찬이 애매하면 남은 밥에 양파, 마늘편, 소시지를 넣고 볶은 뒤 굴소스를 두르고 계란후라이를 얹어 오므라이

 

스를 해 먹는다. 원래도 실패하기가 어려운 음식인데 강한 향의 굴소스까지 넣으면 마음은 아빠 회사에 취업한

 

재벌 아들처럼 평온하기 그지 없다.

 

 

 

 

 

 

 

 

먹었으면 밥 값을. 열심히 밥 값을.

 

 

 

 

 

 

 

사랑하는 후배 김 대운 군(31)에게 보낸 연하낙서로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도 재활용하여 인사드린다. 부

 

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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