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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5

일식 오찬

 

 

 

 

 

새 집 근처의 재래시장을 찾아 반찬을 샀다. 인천에서 보내오는 김치는 떨어진 일이 없지만 그 외의 밑반찬을 사는 것은 무척이나 오랜만의 일이다. 식탁을 따로 두지 않고 간단하게 먹는 생활이 십여 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한 끼에 두세 개 이상의 반찬을 먹는 일이 적었다.

 

갖춘 식사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식판을 샀기 때문이다. 식판이라면 군 시절과 같은 나쁜 추억도 있지만 구구절절이 쓰기 어려운 좋은 추억도 있다. 조금조금씩 담아놓고 나니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여러 색이 눈에 띄어 보기에 좋았다. 내일은 이번 이사에서 구입한 물건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인 전기 렌지가 들어온다. 조리 시설이 생기면 다시 요리를 시작해볼까 한다.

 

조금씩 더 깊이 자게 되고, 조금씩 더 허술한 차림으로 동네를 돌아다니게 된다. 정을 들이려고 마음 곳간의 문을 열고 보니 먼지 앉은 빈 구석이 많았다. 먼지까지 사랑스러운 데는 그대로 두고, 치워도 될 곳은 이사 때처럼 무자비하게 치우려 한다. 며칠 사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종일 서늘한 시절이 되기 전에 얼른얼른 치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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