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가르쳐온 제자들이 이번 주말 논술 시험을 앞두고 있어 몸이 좀 바쁜 것 말고는, 이사온 동네 어슬렁거리고 중고서점서 새로 사온 책 꽂아넣고 하면서 유유자적 지낸다. 전기 렌지가 들어온 뒤로는 할 줄 아는 요리부터 조금씩 해먹기도 한다.
김치볶음밥도 해먹고
크림 파스타도 해먹고
토마토 스파게티도 해먹는다. 모두, 기름을 두르고 마늘부터 구워 향을 내다가 양파를 넣는 시작 과정이 같다. 냄새를 맡으니 추억이 떠올라서, 더욱 열심히 요리해서 추억과 함께 배터지게 먹어댔다.
추석 때 고향에 갔다가 내 고향의 숨겨진 면모도 발견하고
창문 열어 놓고 영화를 보다가 찬바람 불어 들어오면 넓어진 책상에서 낙서도 슥슥 한다. 별일이 없어서 팔자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