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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 (후마니타스. 2014, 4.)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몇 차례고 썼던 글을 모두 지우고 다시 쓴다. 이 책은 CBS 라디오 프로듀서인 정혜윤이 쌍용자동차 선도투 스물여섯 명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말투까지 살려 기록한 책이다.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가운데 '절차의 부당함'이나 '고용의 정상화', '해고로 인한 상실감' 등의 박제된 용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소년기의 꿈을 이야기했고 어떤 사람은 실패로 끝난 연애 이야기를 했고 어떤 사람은 피부관리의 지난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책은 그렇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라는, 어떤 이에게는 증오스럽고 어떤 이에게는 지겨운 '상징', 그 상징 뒤로 숨겨져 버린 '사람'의 슬픔과 기쁨에 대해 한참동안 들려준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그래서 수백 줄의 문장과 여러 편의 독후감을 모두 지웠다. 조금이라도 섞여있을 내 아는 척, 잘난 척, 고상한 척 탓에 혹여 한 명이라도 독자가 줄어들까봐. 블로그에 독후감을 계속해서 쓰면서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는 사람으로서는 다소 한심한 말이지만, 나는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이기 때문에신이 꼭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