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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이나미, <다음 인간> (시공사. 2014, 8.)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의 2014년 8월 작. 부제는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단순히 심리학자가 아니라 분석심리학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흥미가 생겨 분석심리학에 관해 검색해 보았는데, 여기에 몇 줄로 소개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분석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인가에 대한 책도 따로 있는 것 같으니 추후에 그 책에 대한 독후감을 따로 써 보도록 하자.

 

책의 주제 의식은 명료하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기술과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의 양상 가운데 예측가능한 방향성을 가진 것을 위주로 하여, 그 변화가 결국 우리의 의식과 삶의 양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분석심리학적 시각으로) 예측해 보자. 더 쉽게 말하자면, 20-30년 후에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 보겠다는 취지이다.

 

책의 본문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는 그 장의 소주제에 해당하는 개별적 현상이 평균적으로 약 여덟아홉 개 정도씩 소개된다. 하나의 '현상'은 다시 두 파트로 구성된다. 그 파트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현상을 소설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 앞부분과, 왜 그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현상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뒷부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장 '너무나 다른 사람들'에는 특히 사람들의 심성, 생활양식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여덟 개의 예측이 실려있다. 그 중 첫번째 꼭지인 '무감동과 타성에 젖은 사람들'의 페이지를 펴면, 먼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와 그런 부부들이 늘어감에 따라 사회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3-4쪽의 가상 시나리오가 나온다. 말하자면 이것이 앞서 말한 '앞부분'이다. 그리고 이어서 왜 그런 세대가 출현하는지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고찰한 2-3쪽 가량의 '뒷부분'이 나온다. 

 

본문이 7장인만큼 책에서 제시하는 변화의 큰 양상은 일곱 개이다. 각각의 성격은 해당하는 장의 소제목에 잘 드러나 있어, 여기에 일곱 개 장의 소제목을 옮겨 적어둔다.

 

 

1. 너무나 다른 사람들

 

2. 가족, 세대 안의 새로운 모습

 

3. 넘쳐나는 정보와 표현, 진화하는 여론 공간

 

4.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넘어

 

5. 기술 및 의학의 발달과 인간 소외

 

6. 치유의 상업화와 융합 종교의 탄생

 

7. 새로운 죽음의 방식

 

 

책의 주장을 거칠게 종합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사회는 훨씬 더 상업화될 것이며, 따라서 개인의 삶은 더욱 파편화된다. 그 가운데에는 때때로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겠지만, 인간감정은 크게 보아 외로움, 쓸쓸함, 고독함 등으로 수렴될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독서가 불쾌했다든지, 믿고 싶지 않다든지 하는 것들이 꽤 눈에 띄는데, 믿을 만한 것인지와 믿고 싶지 않은 것인지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스스로 읽어보고 설득력이 있다고 여긴다면 대비하면 그만이겠다. 나는 대체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예측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한 권 마련해두고 이따금 꺼내어보며 그 예측이 맞았는지 아닌지, 만약 어긋났다면 어떤 변수 탓이었는지 등을 생각해보려 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 중에, 책의 내용을 흥미롭게 편집해 놓은 이미지가 있길래 독후감이끝에 덧붙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