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11

연말, 연초 정국




1. 연말에 즈음하여 이명박 현 대통령께서는 내년 예산의 30% 가량이 복지 분야에 쓰이게 된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

라는 이제 복지국가라도 불러도 좋을 것 같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2. 박근혜 씨가 모교인 서강대와 인근의 연세대를 포함하여 이른바 '신촌 지역'의 교수들을 규합해 씽크탱크인 '국가

미래 연구원'을 출범시킴으로써 2012년 대선의 예상 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 방

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이자 종합 편성 채널(이하 종편)의 심사 위원장을 맡은 이병기 씨가 해당 연구원

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종편의 주된 수익모델은 광고에 의한 수입인데, 광고시장은 기존의 3사 간에도 이미 과다한 경쟁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학자들이 예측했던 것과 같이 종편에는 결국 조중동을 포함한 특정 성향의 4개 사업

자가 공동으로 선정되어, 광고 유치를 위한 노력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한계적 상황에서, 종편
 
선정자들은 사업 계획 상에서 이미 병원과 제약 업계의 투자를 받는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하였으며, 선정 직후부

터는 낮은 번호, 즉 '틀기 쉬운' 채널의 배정이나 전문의약품 등의 광고에 대한 규제의 완화와 같은 특혜적 조치들을
 
전방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때에 특정 정치인, 그것도 종편 선정자들과 오랜 기간 정치적 이해를 함께 해 온 이를 대선 후보로서 공개적으로
 
지지하였을 뿐 아니라 해당 정치인의 대선캠프로 직결될 연구소의 위원으로 선정된 사람이 종편의 사업자를 선정하였

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권, 언 간의 유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조중동은 벌써 지난 몇 차례의 대선에

서 독점적 입지를 선점하였던 이들이 모두 결국 승리를 거머쥐지 못하였던 과거를 새삼 상기시키며 언론 특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3. 한명숙 씨의 불법 자금 수수에 관한 공판이 논란에 올랐다. 지난 1월 4일부터 5일 새벽까지 있었던 3차 공판에서,
 
불법 자금을 건넨 이로 지목받고 있는 전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 씨는 그런 적이 없다는 2차 공판의 진술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본인 및 가족에게 가해진 검찰의 협조 압박을 암시했다. 아울러 한만호 씨의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 검찰 측

에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2007년 3월에는 해당 휴대폰에 한명숙 씨의 번호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

적인 소식은 기존 검찰의 주장에 위배되는 이러한 결과를 어떠한 언론도 다음날의 지면에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인 강기석 씨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새벽 2시 한명숙 법정에 있던 기자들은 무

얼 했나'라는 제목의 글을 송고하면서 밝혀졌다.


한명숙 씨에 대한 검찰의 공격은 그녀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미화 5만 달러를 불법 자금

으로 건네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시작되었다. 고위 공무직과 사기업 사장 간의 유착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

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은 시기였다. 이 건에 관한 1심은 작년인 2010년 5월 7일에 있었는데, 한명

숙 씨는 당시 야권의 유력한 정치 인사로서 6월 2일에 있을 서울시 시장선거에 입후보한 상태였다. 오세훈 시장의 실

정, 첫 여성 서울시장의 탄생, 그리고 선거 직전에 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등 그녀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요소

들이 중첩되어 있던 때에 터져나온 일이라 검찰의 정치적인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곽영욱 씨는 직접 건넸다는

최초 진술에서 의자 위에 봉투를 놓고 나왔다고 입장을 번복하는 등 믿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고, 결국 사건은 무죄로

판결이 났다. 바로 전 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등에 시달렸던 전례가 있었고, 유

사한 과정을 겪은 한명숙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를 하는 한편 곧바로 한명숙 씨가 2007년 건

설회사 대표인 한만호 씨로부터 9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하였다고 기소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이을 수 있

는 이라는 것 외에 청렴성을 중요한 이미지로 부각시켰던 한명숙 씨는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0.6% 차이

로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오늘인 11일, 한만호 씨와 관련된 4차 공판이 있었다. 한만호 씨는 돈을 건넨 적이 없다는 기존

의 법정진술을 유지하는 한편 6억을 교회 공사의 수주 로비로 썼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한신

건영의 부사장 박 씨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였고, 교회 장로인 김 씨는 2억 2천을 받았으나 달러의 형태는 아니었으

며 받은 돈 또한 로비 자금이 아니라 문화 사업 등에 대한 지원금이었다고 반박하였다.



4.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건설현장 식당, 이른바 함바집의 운영권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 씨 뿐 아니라 경찰 고위 간부들 또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정황이 추가로 포착되었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로비는 청와대까지 이어져,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팀장인 배건기 씨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네었다는 진술이 확보되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감찰팀장의 주요 업무는 '청와대 직원들의 비리 의혹

을 조사하고 공직 기강을 잡는' 것이다.



5. 감사원장 후보인 정동기 씨의 거취가 주목된다.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그의 독특한 이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동기 씨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도곡동 땅 의혹과 BBK 관련 수사에서 모

두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검찰청을 나온지 엿새만에 로펌으로 옮긴 것도 도의적 차원에서 논란이 되었는

데, 4600만원이던 월급이 같은 해 1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법무행정분과위원회의 간사로 취임하면서 1억 1천

만원으로 올랐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여기에 2008년 6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임하며 김종석 전 NS 한

마음 대표에 대한 민간인 사찰을 보고받았던 점, 1996년 부산지검 형사1부장에 재직하며 서울 소재 대학인 한양대

법대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9학점을 이수한 점, 1976년 사법연수원의 연수 과정 중 한양대 법대의 석사학위 취득 등

이 밝혀지며 감사원장으로서의 자질에 관한 논란이 증폭되었다. 


이러한 특별한 이력은 조선, 중앙일보 등에 의해서까지 비판받았고,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지도부마저

정동기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고 나서 당청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한나라당의 현 당대표는 얼마 전 '룸에서는 자연

산만 찾는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으며 연평도 피격 직후 현지를 찾아 보온병을 폭탄이라고 하여 세간의 비웃음을

샀던 안상수 씨인데, 청와대에서는 이를 빗대어 이번 정동기 후보 사퇴 발언에 관해 '보온병에 한 방 맞았다'라고 하는
 
등 하루이틀이지만 격렬한 언사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정작 본인인 정동기 씨는 '(청문회에 관해) 준비할 건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최종적으로 '하루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각 언론의 기사들은 이에 대해 사퇴 결정은 이미 내려졌지만 한나라당의 요구 이후 곧바로 물러나는
 
것은 집권 4년차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기정사실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 더 시간을 유예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논조를 잡았다. 한편 오늘밤 방영 예정인 MBC <PD수첩>은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분석

하여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던 기준을 이명박 정부에 동일하게 적용해, 현 정부에 이른바 '낙하산 인사', 혹은 '회전문
 
인사'가 얼만큼 많은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방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도 해당 프로그램을 미리 접하고 작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미디어오늘>의 관련된 기사 제목은, '이명박 3년 낙하산 인사, 노무현 5년 두 배'이다.



6. 지난달 28일,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으로 판정되었다. 해당 항목의 내용

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벌금형에 처

한다.'로, '미네르바' 박대성 씨와 촛불집회에 관한 글을 올린 이, 천안함 침몰에 의혹을 제기한 이 등에 적용된 혐의이

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법은 전화도 많지 않던 40여년 전에 만들어져 이후 사장되어 있었으나,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헌재는 박대성 씨 등이 낸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이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규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종대, 송두환)고 하며 위헌 7인, 합

헌 2인의 의견을 냈다.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어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으나, 한나라당은 곧 대체 법안을 작성하여 지난 4

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 내용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 초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파괴와 사회혼란 유

도, 공공복리의 현저한 저해 등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

금에 처하도록 한다'이다. 끊어읽어도 몇 번이 걸릴 긴 일기를 하루에 몰아쓴 이유는, 이 대체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빠

르게 삭제하기 위함이다.




'일기장 >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靑空  (2) 2011.02.01
잡기  (0) 2011.01.31
겨울밤  (0) 2011.01.26
여기는 툰드라  (0) 2011.01.23
새해 소원  (3) 201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