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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부당거래를 보았다.





유령백화점 가든 파이브에서 이번 주말에 있는 시제사를 위해 정장을 한 벌 구입하고 영화를 보았다. <사생결단>과

비슷한 설정에 같은 콤비이길래 큰 기대는 되지 않았던 <부당거래>. 나는 꽤 많은 사람들과 같이 무릎팍 도사를 보고

난 뒤 팬이 된 것이 아니라 <짝패>는 물론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의 DVD까지 기꺼이 구

입한, 말하자면 류승완 감독의 꽤 깊은 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어떤 한국 영화 감독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류승완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소림축구 이전에는 대형을 대형이라 부르지

못 했던 주성치 팬들의 그 심정 백분 이해한달까.


류승완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다는 뚜렷한 장단점을 가졌다.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히는 그의 박력, 곧 알

기 쉬운 구조의 이야기를 액션의 힘을 빌어 한방에 밀고 나간다는 그의 영화의 특성은 그러나 서사가 치밀하지 못하거

나 혹은 호흡이 조악하다는 혹평의 주요한 근거로 종종 사용된 바 있다. 특히나 두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였던 <주먹이 운다>의 심심한 성공과 애당초 개연성에 대한 기대가 필요 없었기에 장점이 발휘되리라
 
여겼던 <다찌마와 리>의 상대적인 실패는 그를 궁지로 몰아 놓었다.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와 장점에 집중해 보려는
 
시도가 모두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말하자면, 류승완은 액션이나 뚝심, 혹은 감독 개인의 지명도라는 개별 평가 부분

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이외의 분야에서는 대체로 평균을 깎아 먹는 경우가 많은 감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당거래>는 단지 류승완 감독 개인의 진일보 차원이 아니라 한국영화가 2010년에 이루어 낸 성과 중 하나로
 
까지 기록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영화였다. 음악의 능숙한 사용이나 무리하지 않은 전개, 그리고 그의 영화에서 마침내
 
등장한 '완급'등이 류승완 개인의 성취라면, 연극계에서 면면을 보아 온 중견 신인배우들의 대거 기용과 그에 부응하

는 호연은 향후 한국 영화계에 풍부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영화의 주 내용인, 2010년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권과 경제계, 그리고 검경찰 간의 유착에 대한 직설적인, 그러나 촌스럽지 않은 비판은  영화가

사회에 대해 오락물 이상의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보여 준 쾌거였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오며 함께 본

이에게 '류승완 이러다 거장 되겠어'라는 말을 몇 차례나 거듭해서 말했다.


황정민의 연기는 안정감이 있었고, 저 나이에 검사 역할이 가능할까, 라는 의심이 갔던 류승범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

여 주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경찰을 거쳐 마침내 검사까지. 이제 대한민국에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소화하지 못

할 역할은 없어 보인다. 열애설의 영향인지 유해진 형님의 캐릭터는 이전 영화에 비해 그리 달라진 것이 없었음에도

괜스리 멋져 보였다. 작은 역이라도 언제나 존재감 한껏 보여 주시는 멋쟁이 흰머리 천호진 선생님과 말투 하나로 충

무로를 평정한 신성 송새벽 씨의 연기도 놓칠 것이 없었지만 이 영화의 여백을 남김 없이 채워 준 준조연들의 활약은

아무리 칭찬해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적재적소의 캐스팅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았다. 앞으로 더 많

이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총평하여, 추천작이다. 극장 갈 일 없는 분까지 굳이 등 떠밀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에 가신 분이라면 한 번

보시길 강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