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는 정국에 관한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생색내기에 그쳤을 뿐이고 그나마 생색도 제대로 못 낸 G20이나 영부
인 로비 사건, 청와대 대포폰 사용, 삼성의 MBC 도청, SSM법의 파행적인 통과 등 하나하나 몇 편씩 일기를 써도 모자
랄 사건들이 매 주 터지는 판이지만 결국 법 위에 서는 자들이 있다는 것만 다시금 확인하는 결과로 수렴되기 때문에 진이 빠져
버린 것이 큰 원인이다. 덕분에 여름까지도 활발하게 읽고 이리저리 곰씹어보던 사회과학 서적들도 날이 추워지면서 뜸하게 잡
는다. 몇 달 전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 놓았던 책들의 도착 소식이 문자로 전해지면, 이제는 귀찮음을 부끄러워 하면서도 귀찮
다. 와중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60대의 남성이 인분을 투척하다가 잡혔다는 뉴스를 읽었다. 개인의 소행이라고
보인다. 설마 그렇게까지 무식한 짓 하겠어, 라는 상식을 몇 번이나 뒤집는 행태를 보여온 것이 이 정권이지만, 상술한 것과 같
은 큰 급소가 여남은 군데나 노출된 상태에서 그처럼 상징적이면서 실익은 적은 퍼포먼스의 배후를 담당했을리는 없으리라 본
다. 사천오백만 중 한 명이 저지른 소행이라 여기면 그만인데, 그런 일들을 우연처럼 여기지 못 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삼성
직원들은 돈을 받으니까 이건희 욕 못 한대도 그러려니 하지만, 전두환의 칠순 잔치에 황금거북이를 바치는 당신들, 박정희의
딸에게 정치계의 장재인이라는 호칭을 바치는 당신들, 그리고 불쌍하게 죽은 사람 묘에다 똥을 퍼붓는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가? 무엇이 당신들을 있게 하는가? 오늘은 공부하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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