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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네 번째 묶음. <저축은행 사태>, <미친 등록금>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영업정지가 되었다. '은행'이 영업정지가 되었다는 것도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더 크게

여론을 뒤흔들었던 것은, 영업정지 이전에 이른바 'VIP'들은 미리 정보를 받고 거액의 예금을 인출해 갔다는 사

실이었다.









저축은행은 지역 하층민들의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것도 지역

의 중소 상인들이었다. 예금보호법에 따라 저축은행의 예금 중 5천만 원 이하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환불을 받

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금액은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PD 수첩은 부산저축은행의 내부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하였다. PF형태, 즉 프로낸스 파이낸싱 형태

로 대출을 해 준 업체의 임원들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대주주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록해 놓은 문건이

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란 '프로젝트'에 '파이낸스'해 준다는 이름에서 보듯, 물적 담보를 잡고 돈

을 빌려주거나 빌리려는 이의 신용 등을 보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수익성, 경제성을 보고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빌리는 이가 애시당초 믿을 만한 이가 아니었다든지, 혹은 사업의 수익성이 갑자기 감

소했다든지 등의 변수 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빌리는 이 입장에서는 신

용등급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사업의 수익성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희망적일 수 있기 때

문에 비교적 쉽게 대출을 할 수 있는 형태이기도 하다.









PD수첩에서 이따금 보여주는, 사회관계망분석 프로그램이다. 개인은 점으로 표현되고, 관계가 있는 개인은 선

으로 이어진다. 여러 사람과 관계가 이어진 개인은 더 큰 점으로 표현된다. 여기에 대출업체의 임원과 부산저축

은행 경영진, 대주주를 입력해 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은행이 친인척과 지인들의 명의로 백여 개의 특수목적 법인을 운영하며 수조 원의 고객

예금을 사업성이 불확실한 개발 사업에 쏟아부었다. 다시 말해, 경영진과 대주주들이 한 쪽으로는 친인척과 지

인의 명의를 빌려 불확실한 사업을 구상하는 사업주가 되고, 다시 경영진과 대주주의 입장으로 돌아와 자신들

이 구상한 사업에 고객들의 예금을 대출해 주었다는 것이다.

















돈 놓고 돈 먹기. 따면 내 돈이고, 잃으면 은행 돈으로 메꾸면 된다. 방송 중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업을 한

다는 명목으로 대출을 한 뒤 그냥 사적으로 유용한 경우도 있다.









배경일 수원대학교 교수.








드러난 금융비리액수는 9조원 대. 부산저축은행은 영업 정지를 당하기 이전에 로비스트 박태규를 통해 정재계

에 광범위하게 뇌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는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물방울 다이아를 비롯해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

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이력이 화려하시다. 2005년 부산저축은행 고문 변호사. 2007년 대선 당시 한나

라당 네거티브 대책단 BBK팀 팀장. 2008 대통령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상임자문위원. 2009-2011 감사원 감사

위원. 한 분의 얼굴이 계속 어른거린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부산저축은행 관련 건으로 로비스트 박태규 씨로부터 1억 3천만 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 6일 열린 첫 공판에서는 그가 뇌물의 대가로 금융위원회와 감사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로비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이다.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친

분과 금전거래 관계가 있던 유 회장으로부터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2009년부터 2~3년간 4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달 30일 예금보험공사가 전액 출자한 예솔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개시했다.

5천만원 이상 예금자에 대한 보상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상한선을 2억까지 올리는 보상안 등이 남발

되다가 현재는 8%의 지급률로 결정된 상태이다.









'미친 등록금'. 나는 약 사 년 전에 졸업을 했고, 등록금이 가장 싼 과 가운데 하나인 국문과를 졸업했음에도 지

금의 사립대 평균 등록금보다 약간 모자란 돈을 냈다. 등록금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인구에 회자되는 학교에 다닌

덕이다.













게다가 천방 만방으로 돈을 구해 졸업을 해도 끝이 아니다. 기업들이 채용 시 신용정보를 조회하여 결과에 반영

한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뉴스들이 꼬리를 이었다. 제2금융권 등을 통해 학자금을 대출받거

나 대출금 상환이 늦어진 기록이 있으면 졸업을 해도 취업이 어렵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바로 이번 주였던 19

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를 통해 "기업이 종업원을 고용할 때 신용정보 열람을 할 수 없도록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융위는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내년

에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다만 '방침'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현된 것은 아니고, 이 건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교육협의회. 약칭 대교협. 전국 200개 이상의 대학들이 가입되어 있으며 각 대학의 총장들로 구성된 법인

체. 대입 자율화, 사학법 개정, 로스쿨 개원, 3불 폐지, 등록금 인하 거부 등을 앞장서서 실천해 온 단체이다. 개

인적으로는 시간 강사의 법적 지위 확립을 놓고 대립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것은 단순 액수 대비. 빅맥 지수로 따져 보거나 GDP 대비로 비교해 보면 훨씬 더 무거운 액수라고 할

수 있겠다.













200여 개 대학 가운데 세 개만 꼽았는데 안 빠지고 이름 올렸다. 장하다 모교. 그런데 일부 대학에서 '학교 발전

을 위해 필요한' 이러한 적립금이 부당한 용도로 유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었다.













여주대학에서는 매해 500명의 대학생들이 학점교류를 위해 2개월 간 뉴질랜드에 있는 CSMC라는 교육기관에

체류한다. 특히 해외연수 필수학기제를 실시하는 8개 학과는 뉴질랜드 에서 연수를 받아야만 졸업할 수 있다.

연수 비용 및 항공료는 고스란히 학생 부담으로, 한 학생의 증언에 의하면 약 7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데 이 CSMC는 일단 사설교육기관이며, 더 큰 문제는 여주대학의 이사인 홍석보 씨가 설립한 곳이라는 사실이

다. 여주대는 학생들이 낸 수업료 가운데 일정 부분은 CSMC로 송금하고, 나머지 부분은 홍석보 씨의 개인 계좌

로 직접 송금하였다.  









법인카드가 유흥비에 유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되었다. PD수첩 제작진이 입수한 법인카드 내역서 25,720

건에는 마사지업소, 커피 전문점, 일식집 및 의류 구매, 백만 원대의 회식과 트랜스젠더바, 룸살롱 사용내역까

지 있었다.









해당 룸살롱은 접대부가 있으며 이른바 '2차'라고 불리우는 성매매도 알선하는 곳이었다.


교직원은 137명에 불과한데 법인카드는 187개에 달한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재단회계

와 대학회계가 분리되어 재단법인 관계자는 교비를 사용할 수 없는데도, 법인카드 가운데에는 여주대학 정 모

前 이사장의 주소지 주변의 마트, 약국, 커피전문점, 식당 등에서 상당한 액수가 쓰인 것도 있었다. 여주대학은

등록금 의존율이 84.8%에 달하지만 재단전입금은 2010년도 기준 천만 원으로 전체 예산의 0.02%에 불과한 학

교다. 쉽게 말해, 재단전입금으로 천만 원 내 놓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채워진 법인 카드를 마음껏 긁어댔다는

것이다. 이 방송에서는 여주대만이 언급되었지만, 물의를 일으켰던 이사장들이 속속 귀환했던 올 해, 사학 재단

의 비리에 관한 뉴스와 보도 프로그램은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