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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내사 사건

지난 주 MBC PD수첩에서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2008년 사기업의 임원인 민간인

김종익 씨를 사찰하고 근무 기업에 회계 장부 등을 요구하여 마침내 사임시킨 사건을 취재 보도하

였다. 발단은 해당인이 이명박 현 대통령의 BBK 관련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시킨 데에서

부터였다. 이 행위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적용시키고자 한 죄목은 '명예훼손'이었으나 조

사를 실행한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의 결과를 내리자 '공금 횡령'이 추가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절차가 무시되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무원의 기강 단속과 사기 진작'을

위한 기관으로 민간인에 대한 내사를 진행할 법적 권한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내사의 과

정에서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메일 확인, 소재 파악, 장부 요구는 모두 불법이다. 총리실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서울지방경찰청이 아닌 일개 서로 바로 보냈다고 한다.


게시된 영상물은 이미 백팔십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었으며, 해당인의 블로그는 일 2-30

명의 지인들이 방문하는 개인 블로그였다는 점에 PD 수첩 측은 의혹을 가졌다. 취재를 통해, 해당인

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의원과 동향인 평창 출신의 기업인인 것을 알고 이광

재 전 의원 개인에의 기부, 혹은 촛불 집회에의 기부가 이루어졌는지와 노사모의 가입 여부 등을 추

궁하는 심문 내용이 공개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주변부에 공개적으로 압박 수사가 진행되기 시작

하던, 그 시점이다.


PD 수첩 측은 이와 같은 조사 내용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

았다. 마침 국회에서 민간인 내사와 관련된 질문이 있어 PD 수첩의 PD가 이 자리에 참석하였으나,

표면적 최고 책임자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은 질문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갑자기 국회를 떠났다.

그 뒤를 따라가며 조사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견해를 묻는 PD에게 이인규 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

다가 '민간인인 줄 몰랐다'는 답변을 던지고 택시에 올라탔다. (이 발언은 후에 기록을 통해 거짓말

로 밝혀졌다.) 해당 질문을 시작한 국회의원들에게 총리실 측은 '이인규 지원관은 배탈이 나서 강

북삼성병원으로 급하게 이동하였다'고 발언했는데, PD 수첩이 강북삼성병원에 직접 가서 확인해

본 바 이인규 씨는 이 병원에 간 일이 없었다.



방송이 나간지 며칠 뒤인 지난 5일, 국무총리실은 민간인 사찰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인규

씨 등 현직 근무자 4명을 직권남용, 업무방해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였다.



검찰의 수사 경과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의뢰에도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

다. 방송에서는 이인규 씨가 가입된 포항-영일 출신 고위공무원 친목 단체 '영포회'가 '윗선'으로

암암리에 지목되었는데, 여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현 대통령

또한 멤버였던 것으로 유명한 영포회는 영일과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직자들의 모임으로, 경향 및

각종 언론에 의해 현 정권 하에 손꼽히는 승진 루트로 지목받아 왔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영포회

측은 '회원 명부는 따로 없'지만 이인규 씨는 정식 회원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친목회라

는 성격상 (이인규 씨가) 올 경우 참석시켰을 수는 있다'나 '공식 모임이 아닌 자리에서 따로 만났을

수는 있다'는 발언을 덧붙임으로써 일말의 의혹을 남겼다.



김종익 씨는 노사모 사이트에 2000년 가입하였으나 최종 접속 기록은 2006년이었다고 한다. 내사가

착수되던 시점과 2년의 시차가 있는 셈이다. 이광재 전 의원과 개인적인 친분 또한 전혀 없다고 자

술하였다. 이런 사소하디 사소한, 어쩌면 최초에 조사를 마음먹은 이의 유치한 상상력에 기반한 것

이 다일 수도 있는 빌미들이 기업인으로서 경제적 성공을 이룬 한 중년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 넣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인구에 회자되는 이는 더 치밀한 정치 술수와 더 확고한 신념, 그리고 더 충성

스런 지지 집단을 보유한 이다. 잃을 것 별로 없는 석사 시절에 끄적인 글 몇 줄이, 수입도 있고 가정

도 있고 애도 있을 수 있는 삼십대 중후반의 내 발목을 잡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어, 방송 내

용의 요약과 포탈 및 일간지의 뉴스를 취합한 것 외의 내용은 더 적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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