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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표창원, <숨겨진 심리학>







경찰대학교 교수이자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교수의 최신작. 저자에게는 몇 달 전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MBC

백분
토론에서 경찰 쪽 패널로 출연해 인상적인 논리와 화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검색해 보

니 마침 올
해 4월에 이 책을 출간한 바 있어 찾아 읽어보았다.


독서를 공감각적 체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새 책을 잡으면 냄새를 킁킁 맡거나 눈을 감고 손가락만으로 종이

의 질감
을 느껴보는 등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동수상자나 변태성욕자로 오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의 행동을 하

지만, 뒷표지 만은
일부러 보지 않는다. 가판대를 무심히 지나가는 독자의 눈을 잡아끌기 위해 책 내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선정적으로
누설하고 있는가 하면, 그 책에 관해 평을 할만한 자격이 되는지 의심이 가는 이들의

공허한 서평 등 만이 실려 있는 경
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는 좀 버렸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뒷
표지 상단에 빨간 글씨로 큼직하게 써진 문구는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비즈니스맨들이 꼭 알아야 할 프로파일링 전략
37가지'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상하다 이거, 그래도 뭐 한 줄

정도는 건질 게 있겠지 하고 순진하게 끝까지 읽은 내
가 바보지. 무슨 내용인지 다 써줬는데.


총 4부, 37장인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각 장마다 전반부에는 실제 범죄 사례의 소개와 그러한 유형의 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서는 그 기법이 어떻게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될 수 있

는지를 설명한
다. 말하자면, 현직 프로파일러에게 듣는 '대화에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요리하는 법'이다. 여기

에서 대화의 상대방
은 나쁘게는 범죄자, 좋게 말해도 일종의 트릭을 걸어 내가 가지고 있던 소기의 목적을 갈취

해 내어야 하는 '적'으로
간주된다. 설사 비즈니스 현장의 생리가 형사 대 범인의 관계와 같이 적대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자기 계발서나 실용
서의 일종에 불과하고 심지어 같은 장르 내에서도 그리 높은 수준도 아닌 내용의

책을, 경찰대 교수이자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이나 강간폭행과 같은 흉악 사건까지 들먹여가며 집

필해야 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야심찬 집필이라기보다는 출판부의 기획 상품이었

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혹 내용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을 몇 개 적어둔다.


- 이기고 지는 것은 정보가 결정한다.

- 약점이 없는 상대는 약점을 만들어라.

- 상대의 거짓에는 포커페이스로 응대하라.

- 인질 협상에서 배우는 설득의 기술.


내용과 상관없이, 지문을 이용해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입은 사람을 표현해 낸 표지 디자인은 아주 인상적이다.

나중
에 응용하여 다른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다.


얼마 되지 않는 독서 시간마저도 아깝긴 하지만, 어쨌든 때로는 뒷표지도 볼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괜

찮은 표
지 디자인을 하나 더 본 것을 기억해 두려 독서일지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