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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지연누나의 결혼식

어제 저녁 합정의 한 교회에서 있었던 지연 누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 선물에 함께 넣을 쪽

지를 적으면서, 내 대학교에서의 첫 파마를 보고 귀엽다고 평가해 주던 일, 은혜를 좋아하면서 혼

자 끙끙대고 있을 때 물심양면으로 격려해 준 일, 마침내 사귀게 되었을 때 축하해 주던 일 등등이

생각났다. 모두, 육칠년 전의 일이다.


의외로 대학교 사람들은 몇 명 안 왔다. 그나마도 직장에 다니시는 고학번 선배님들이 오셔서, 일곱

시에 시작하는 결혼식에 딱 맞추거나 조금 늦게 나타나시는 바람에 여섯시부터 혼자 교회 주위를 어

슬렁거리던 나는 결국 어색함을 이기고 혼자 앉아 부페를 가져다 먹었다. 교회나 성당에서 하는 결혼

식은 항상 음식이 별로였는데, 누나의 결혼식에 나온 음식들은 최고였다. 어찌나 만족했던지, 나는

흡족하게 먹고도 결혼식이 끝나고 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선배들 옆에 섞여 더 먹었다.


신부대기실에서도 그랬지만 식에서의 누나는 엄청나게 예뻤다. 신랑신부 선서를 하는데, 귀에 익숙

한 누나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 울려퍼지자 웃음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한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사실 재작년 무렵부터 여기저기 결혼식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심정적인 거리가

이 정도로 가까운 사람의 결혼식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날은 추웠고 오랜만에 신은 구두는

불편했으며 새로 산 양복을 구기지 않기 위해 내내 지하철에서 서 있던 터라 허리가 욱신거렸지만

돌아오는 길에 몹시 행복했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 간만의 서울행에, 귀가 후 책을 읽느라 조금 늦게 자기도 했고 운전면허의 마지

막 관문인 주행시험에의 스트레스까지 겹쳐 아침의 컨디션은 몹시 좋지 않았다. 운전면허학원으로

향하는 셔틀 봉고차 안에서 등받이에 몸을 한껏 기대고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누나의, 결혼식에 참석해 줘서 고마웠다는, 덕분에 행복했다는 문자였다. 고운 심성이란 다른 사람

을 이렇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가, 나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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