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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아이유 단상






며칠 전에 가수 아이유의 신보에 관한 한 대중문화 평론가의 글을 읽었다. 제목은 '아이유, 삼촌 작곡가들의 패

착'으로, 요는 이적, 윤상, 김광진 등의 '삼촌 뻘' 작곡가들이 아이유를 '한 명의 뮤지션'으로 취급하지 않고 '츄

리닝 입은 삼촌과 잠자는 숲 속의 왕자와 별과 강아지가 등장'하는 동화 속 꼬마로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불만

이었다. ('잠 자는 숲 속의 왕자'나 '삼촌'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고 하니 평론을 할 만한 어떤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그가 이러한 상황을 '패착'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좋은 날 등의 귀여운 노래가 히트한)

그 다음에 기대한 건 오빠 말고 삼촌을 부르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였'는데, 신보가 기존

의 성공 전략을 답습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혹 신보가 팬덤을 확장하지 못 하거나 기존의 팬덤에서도 환영받지 못 했다면 '상품의 기획' 차원에서

비난받을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대중 가수가 자신의 팬덤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효율적인 성공 전략을 확립

한 것이 '패착'이라고 규정되고 비판받아야 할 일일까? 아울러 위의 '기대'에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어 문맥상 대

중 일반의 것으로 읽히는데, '특정 문화 현상에 대한 대중 일반의 기대'를 평론가 한 명이 증명할 수 있을까? 또,

비판의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할 '진짜 자기 노래'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사실은 나도 아이유의 기왕의 성공 전략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토크쇼나 라디오 등에서 본인의 생각을 길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보이는 아이유의 모습은 그 또래보다 훨씬 머리가 굵은데도, 타이틀 곡의 선

정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는 모습을 보면 막 성적 매력을 갖추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캐릭터가 억지

로 덧씌워져 있다. '오빠'를 호출하는 소녀시대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삼촌'의 구매력에 호소하는 현상 또한

건전한 거래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오가며 거리에서 아이유의 신보를 들었을 때, '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

도 예의 문화 평론가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을 '비평'하고 '평론'하려면, 그것이 왜 문제인지, 누

구에게 문제인지, 그리고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까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왜 패착인지,

패착이라면 아이유에게 패착인지 '삼촌 작곡가'들에게 패착인지 혹은 기사를 써야 할 평론가 자신에게 패착인

지, 패착을 극복하기 위한 '진짜 자기 노래'란 무엇인지 등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귀엽고, 씩씩하지만 TV를 많이 보지 않는 내게 아이유는 사실 큰 관심대상이 아니다. '문화평론'이라고 하지만

기왕의 연예기사에 재미있는 잡담을 섞은 것이 정체라는 사실도 잘 안다. 부동산 대책과 종편, 그리고 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 테러 사건에 관한 특정 언론들의 '평론'에서 뺨 맞고 엉뚱한 이에게 화풀이를 했다. 글이라는

게 이렇게 제멋대로 쓰여도 좋은 것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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