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과천에서 있었던 올드 이글스 첫 공식경기, 對 야쿠르트 전에서 4타석 2삼진, 1유격수 플라이,
1유격수 앞 땅볼. 결과적으로 베이스 한 번 못 밟아봤다. 시합 전일 신촌의 타격장을 찾아 홀로 연습
을 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날아오는 공의 열 개 중 세 개도 못 때리는 자신의 실력을 이미 파악하
고 있었기에 공격 방면에서의 실책은 기실 스스로 실책이라고 여기지 않았지만, 좌익수로서 엉뚱한
곳에 송구하거나 평범한 땅볼을 알까기하여 대량 실점을 허용한 것 등은 마음에 크게 남았다. 신경
을 쓰던 부분에서 또다시 실수를 한 것에 스스로 실망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단체경기에서 팀
원들에게 폐를 끼친 것이 죄스러워 이후로는 공이 날아와도 선뜻 달려가지 못할 정도로 몸이 굳고
말았다. 농구 등의 다른 운동경기라면 수십 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 그 중에 한 번 빛나는 플레이 보
일 수 있겠지 하고 툭 털 수 있었을텐데, 야구에서는 몇 차례 안 되는 기회에 자신의 몫을 다 해야 하
는 것이라 실책 이후로는 즐기는 마음이라고는 온데간데 없고 죽을둥살둥 힘을 쓰게만 되었다. 아무
튼 결과는 11대 8로 석패.
고난과 좌절이 있어야 이후의 승리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기뻐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잘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시합이 끝나고도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무려
열네 시간이 지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