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만 입고 새벽 바람을 맞아가며 책을 읽다가 여름 감기에 덜컥 걸려들어, 기력 회복을 위해 팔자좋게 대낮
에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대사막에서, 양 편으로 거대한 산맥이 끝도 없이 이어진 사이로 한가닥 구불구불
뻗은 길을, 카우보이가 말 타듯이 스쿠터를 타고 계속해서 달려가는 꿈이었다. 수십 년 전의 비디오 게임처럼 똑
같은 장면만이 이어지고 이따금 굴러오는 건초 더미를 피해서 천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인데도 무척이나 평온하
고 또 즐거웠다. 전혀 모르던 장소에 가고 싶다거나, 장애물 없이 시원하게 좀 달려보고 싶다는 것은 요새의 무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하여도 그리 틀린 말이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달리면서 '인도 인도 인도사
이다 사이다 사이다 노땡큐' 노래를 흥얼거린 것은 무슨 연유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가사의 뜻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던 노래다. 아무튼 나는 그 날의 백일몽을 인도 사이다 꿈이라고 부르기로 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