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인 송호준 씨가 개인 자격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올리는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을 보았다. 이런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시간이 안 나기도 했고 잠깐이라도 짬이 났을 때에는 같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바쁘기도 했다.
와중 즐겨듣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그것은 알기 싫다>에, 이 영화의 감독이 쓴 제작일지가 소개되고 또 감독이 직접 출연해 촬영 중에 느꼈던 소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듣다 보니 마침 교토에 다녀오기 전후해서 고민하고 있던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혼자서라도 보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도 많은 상영관에 걸리지 않았고, 그나마도 개봉한지 시간이 좀 지난 지금까지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지 못해,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았다. 마침 강의를 하는 곳 인근의 KU시네마에서 상영을 하길래 잘됐다 싶었다.
버스가 생각보다 밀려서, 시작 시간으로부터 십 분이 지나 헐레벌떡 들어간 상영관에는 다섯 명의 관람객이 앉아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 화면 전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관람을 시작했다.
개인의 인공위성 송출이라는 사건은 화제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송호준 씨의 도전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공개된 바 있다. 여기에서 전말을 적어도 큰 실례는 되지 않을 듯하다.
예술가 송호준 씨는 개인이 인공위성을 띄우는 '예술 행위'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가 띄워올릴 인공위성의 주요한 역할은 지구에서 송출한 메시지를 LED 조명을 통해 표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띄우는데 필요한 돈은 보험금을 포함해 약 3억원. 티셔츠 만 장을 팔아 자금을 충당하겠다던 송호준 씨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언론의 각종 인터뷰에 응하고 TV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였지만 티셔츠는 이백여 장도 팔리지 않았다.
결국 송호준 씨의 부모님이 대출을 받고 송호준 씨는 부모님에게 이자를 갚는 식으로 자금을 충당했다. 게다가 인공위성 개발 자체도 몇 차례 난항을 겪었고, 인공위성을 우주까지 실어다 줄 로켓은 몇 차례나 연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은 끝났고 로켓은 무사히 우주로 떠나갔다. 송호준 씨는 치솟아오르는 로켓을 보며 춤을 추었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 띄워진 한국 최초의 민간 송출 인공위성은 통신이 닿지 않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6년에 걸친 실패의 기록이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들은 10대의 학생들 중 몇몇은 '그래도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잖아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나는, 긴 시간의 작업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소소한 만족 외에 아무런 구체적 보상도 돌려주지 못했고, 스스로도 이 일을 하는 동안 30대의 대부분을 보냈고, 그나마도 작업의 가장 중요한 최종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지 못했고, 아마도 그의 결혼 전세금이 되었을 돈을 날려버린 모습을 보면서, 선뜻 경탄이나 축하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작업을 통해 쌓인 명성이라는 상징 자본이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어느 정도의 사기를 치지 않고도 상징 자본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재화로 바꿀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선생님이 원래 시니컬한 사람이라 그런 거 아니예요, 라고 지적할 이가 있을 것이다. 아니, 나는 두 달 동안 준비했던 연극이 통째로 망하더라도 연습 과정이 재미있었다면 됐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내 주변에서는 가장 '철없게' 사는 이 중 하나이다.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감독이 출연해서 했던 말 중에 내 발을 움직여 극장까지 가게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 영화의 홍보 문구 중 하나이자 송호준 씨와 감독이 각종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했던 가장 유명한 말은 '이것은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일입니다'이다. 감독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체로 꿈과 희망이 얼마나 덧없고 또 성취하기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저 말은 그런 내용에 대한 풍자 혹은 자기 조롱이었다. 그런데 쓰여진 그대로 전달되어 버려서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는 기획 의도가 잘 반영된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꿈을 따라 살고 싶다는 내 주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한동안 이 영화를 추천할 생각이다. 특히 주목해서 들으라고 주문하고 싶은 대사는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에 내뱉는 '아...씨...이거 왜 하지'이다. 이 영화에서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그 대사를 듣거나 혹은 스스로 말하는 곳은 음습한 동아리방, 담배 연기에 쩔은 연습실, 작업실인지 자취방인지 구분도 안 되는 좁은 월세방, 혹은 싸구려 캔커피를 들고 앉은 길거리 벤치일 것이다. 같이 앉은 사람의 옷은 남루하고 함께 마시는 술은 와인이나 양주가 되지 못할 것이며 머릿기름, 충혈된 눈, 신용불량 따위가 달라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포기하라고 주제넘게 충고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나도 금세 텅 빈 상영관에 앉아, 일하는 날에는 되도록 접기로 한, 꿈과 희망에 대한 골치아픈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프로젝트 프로듀서 송호준 씨와 감독 김형주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뭔가 해드리고 싶어졌지만 한 장에 삼만오천 원 하는 티셔츠를 구입하면서까지 응원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나마 이제는 팔지도 않는다 한다. 그래서 강의 중의 짬을 골라 그림을 그렸다. 잘 보았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